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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더 늦출 수 없다"의지 표명|3개 남북회담재개 제의의 뜻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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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측이 11일 북한측에 대해 적십자회담·경제회담·국회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며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은 더 이상 남북대화를 지연시킬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남북대화의 각종 창구는 지난 1월26일 북한측이 우리의 연례적인 팀스피리트훈련을 구실로 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후 7개월간 막혀왔다.
북한측은 회담중단직후와 3월26일 두 차례에 걸친 우리의 대화재개촉구에 응하지 않고 지난6월 남북한 및 미국의 3자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등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우리는 문제핵심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남북대화채널의 재개가 시급하다고 판단, 이번에 또다시 회담재개를 요청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또 최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점을 고려해서도 남북대화를 어떻게든 재개시키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의 불성실한 대화자세에도 불구, 우리측이 이날 또다시 구체적인 회담일정을 제의하고 북측의 호응을 촉구한 것은 한반도긴장을 완화하고 상호신뢰를 구상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남북간에는 네 차례의 경제회담, 세 차례의 적십자회담, 두 차례의 국회회담예비접촉 등 총13회에 걸쳐 회담이 진행된바 있다.
경제회담에서는 남북간의 물자교역과 경제협력 및 공동기구 설치문제 등에 대해 쌍방이 필요성을 인정했고 각기 합의서한을 제시함으로써 구체적인 토의단계에 이르렀다.
적십자회담에서도 가족상봉 등 의제 5개항 사업의 실시방법에 관해 구체적인 의견접근을 이룩한바 있다.
특히 남북 쌍방은 이산가족고향방문 및 예술 공연단의 상호교환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둠으로써 이산가족재회사업의 전망에 기대를 걸게 해주기도 했다.
따라서 남북 쌍방이 좀더 노력한다면 1천만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과 남북간 물자교역 및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은 남북한·미 군사회담을 제의함으로써 남북대화중단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시키려 획책하고 있다.
군사문제는 실무자급회담에서 결정될 수 없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며 그들이 제의한 일부 문제는 기존 군사정전위의 통로를 통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우리측이 군사회담의 부당성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또다시 서신을 전달하겠다는 북측의 의도는 서신을 통한 변형된 3자 회담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기존의 경제·적십자·국회회담 등의 통로를 먼저 재개하고 이를 통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것이 우리측의 주장으로 국제적으로 설득력 있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북한측은 7개월 동안의 남북 대화의 공백을 이번 기회에 메우려는 자세로 대화의 장에 하루빨리 나와 물자교류와 경제협력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이산가족들의 숙원을 하루빨리 풀어줘야 할 시점에 있는 것이다. <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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