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싼 5세 원생 바지 벗겨 때리고 겁에 질린 아이 굶긴 채 구석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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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이 묻은 바지로 아이를 때리는 등 어린이집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20대 여교사가 구속됐다.

안동 어린이집 보육교사 구속
7명에게 상습폭행·가혹행위
추가 피해 있는지 조사 확대

경북 안동경찰서는 11일 어린이집 교사 김모(27)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경북 안동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 5세반 담당 교사로 일하면서 7명의 아이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학대한 혐의다.

지난 8일 경찰은 “교사가 어린아이들을 상습적으로 때린다”는 익명의 신고를 받고 해당 어린이집에 출동했다. 교실 한쪽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김씨의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폭행과 학대는 약 30㎡(10평) 남짓한 어린이집 교실 안에서 거의 매일 이뤄졌다.

폐쇄회로TV 속에서 김씨는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수시로 고함을 질렀다. 한 아이를 붙잡아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서 주먹으로 머리를 2~3차례 때렸다. 발로 한 아이의 허벅지 부위를 걷어차고 목 부위를 붙잡아 겁을 주며 아이들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겁을 잔뜩 먹은 한 아이를 교실 구석에 놔두고는 밥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한 아이가 화장실에 미처 가지 못하고 바지에 소변을 보자 화를 내며 그대로 바지를 벗긴 후 소변 묻은 바지로 아이의 상체를 때리기도 했다.

경찰이 지난달 말부터 지난 8일까지 이렇게 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확인한 김씨의 폭행·학대만 18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겁을 먹어서 김씨가 손만 들면 슬금슬금 뒷걸음치거나 제대로 울기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아이들이 겁에 질려 부모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해당 어린이집에서 구속 직전까지 1년 넘게 근무했다. 김씨의 5세반에는 15명의 아이가 있는데, 피해가 확인된 7명 외에 폭행당한 다른 아이가 더 있는지 확인 중이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 등을 상대로 아동학대를 방조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이광호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할 대상이나 인격을 가진 대상이 아니라 직업을 위한 대상,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대상으로 여기면서 아동학대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 요건을 보다 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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