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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잘못 눴다가 뇌물죄까지 물게 된 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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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시비로 몸싸움을 벌인 40대 조경업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전달한 비타민 음료 상자. 이 음료 상자 안 병 사이에는 현금 100만원이 든 돈봉투가 들어있었다. 경찰은 폭력 혐의 외에 뇌물공여 혐의도 추가해 조사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노상방뇨로 시작된 시비로 몸싸움을 벌인 40대 조경업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돈봉투가 든 드링크제 상자를 전달했다가 뇌물죄까지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11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8시40분쯤 부산진구 개금동 한 가게 앞에서 “여러 명의 남성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조경업자 A씨(47) 등 4명을 붙잡았다. 이날 몸싸움은 사소한 시비 때문에 불거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술에 취한 A씨가 이 가게 앞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소변을 눴는데 이를 본 가게 주인의 친구 B씨(55)가 A씨를 나무랐다. 이에 발끈한 A씨는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은 곧 서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현장에 있던 A씨·B씨 지인 2명도 이 싸움에 가세했던 것이다.

A씨는 이날 사건을 조사한 서지호(36) 경장에게 조사 과정 내내 “술에 취해 실수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차 조사를 마친 서 경장은 A씨에게 집에 돌아가라고 이야기하고 B씨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려고 했다.

30여 분 뒤 다시 경찰서 사무실에 나타난 A씨는 비타민 음료 2상자가 든 비닐봉지를 놓고 나갔다. 하지만 서 경장은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데다 쌍방 폭행 혐의로 조사 중인 피의자에게서 이런 음료를 전달받은 게 부담스러웠다.

이에 서 경장은 야간 당직근무를 마친 다음날 오전 곧바로 청문감사관실에 찾아가 음료 상자를 주면서 이 사실을 신고했다.

청문감사관실은 음료 상자를 확인하던 중 음료 상자 안 병 사이에 흰 봉투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봉투 안에는 1만원권 100장이 들어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건의 피의자에게서 전달받은 거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청문감사관실에 신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한 A씨에게 뇌물공여 혐의도 추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몸싸움에 가담한 A씨 지인은 녹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부산시 6급 공무원 C씨(53)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가 돈봉투 전달에 개입했는지와 두 사람간 업무 연관성이 있는 점을 들어 유착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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