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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시여부는 유동적|정부·여당이 확정한 지자제 내용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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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여당은 3일 내년 중 실시를 목표로 한 지자제 실시방안을 확정, 공청회에 회부키로 했다.
이날 고위층에 보고된 이 안은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는 실시대상지역을 3개안으로 하고 지방의회의 정당 참여여부는 복수안으로 된 것이 특징이다.
당초 정부측은 실시대상지역을 14개시도 단일 안으로 결정했으나 이것이 당정협의과정에서 3개안이 된 것은 공청회 등에서 여론의 선호가 높은 안을 택하자는 배려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사실상 14개 시도부터 지방의회를 설치한다는 방안을 내심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의회부터 두자는 안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고, 제3의 안으로 새로 제시된 시도별 2개씩의 시·군·구에 시범적으로 의회를 두자는 방안은 전면실시를 주장하는 야당과 여론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상 정부로서는 군 의회를 두는 안의 실시를 위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 형편이며 지금껏 이뤄진 정부의 지방자치제 준비작업은 14개 시도실시방안에 집중되어 왔다.
정당참여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측은 정당 배제론이 여론이나 야당에 의해 전혀 납득이 안 되고 있음을 감안해 굳이 복수안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정당참어를 단일안으로 결정했었다. 이번에 민정당이 정당참여와 배제의 두 안을 공청회에 부치겠다고 했지만 곁과는 참여폭으로 결말이 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아무튼 정부·여당이 오래 끌어오던 지자제연구를 마침내 끝내고 곧 공청회를 열게됨으로써 우리는 61년이래 외국의 예로만 알았던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실감할 수 있게됐다.
하지만 이는 아직 예정사항일 뿐이라고 봐야할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정국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지자제실시는 열띤 공방이 계속되는 개헌협상이 원만히 잘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합의개헌에 실패하고 정국이 혼미에 빠진다면 이와 궤를 같이하는 지자제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합의개헌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렇게 염원해온 지자제가 「계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또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87년 상반기」, 또는 「87년 중」실시예정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정부·여당은 자신들의 민주화의지가 확고하며 금년 정기국회에 30∼40개 관련법안을 제출할 것(시행령까지 포함하면 제·개·폐 대상은 2백여개)이라고 하고 있으나 개헌에 따른 선거 등의 절차를 밟다보면 물리적으로 내년 중 실시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 하나만을 해내는데도 엄청난 준비와 과정·사후처리라는 과제가 따르는데 불과 1년 사이에 이런 「거국적」행사를 두 번씩이나 치르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는 실무준비와 관리를 맡는 정부로서도 그렇지만 정작선수로 출전해야할 여야 모두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얘기인데 정부관계자들은 『딴 생각이 있어 하는 소리가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까 하여 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날 발표된 방안은 지방의원선거방법·의원정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측은 지역대표성 원칙아래 인구비례를 가미해 시·군·구당 2명씩을 선출하면서 인구가 일정 수를 넘는데 따라 추가한다는 방식을 결정해두고 있다.
이처럼 정부안이 구체적인 내용까지 마련해두고 있는데도 민정당이 이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지자제준비에 대한 민정당의 준비가 덜 돼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지자제의 연원상 주민생활과 직결여부가 간과될 수 없고 따라서 기초단체인 시군 단위에서 우선 실시되는 게 원칙임에도 정부·여당이 광역단체인 시도부터 실시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지방의회대표에 의한 대통령선출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서독·이탈리아 등에서 실시하는 이 간선제는 직선제만큼은 아니라도 국민대표성 문제를 상당히 해결해주기 때문이라는 데서 비롯한다.
이밖에 정부·여당은 정당참여가 확정되면 지방의원 후보공천을 지구당이 맡도록 하고 있는 것도 흥미 있는 기술적 처리다.
이것은 중앙정치의 즉발적인 지방확산을 막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과의 마찰가능성을 배제한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실제운용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 볼일이다.
하여튼 지자제는 정치권이 개헌이라는 과제를 여하히 소화해내느냐는 데 달러있고 그에 따라 26년간 단절돼온 지자제의 성패가 결정될 것임은 틀림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지자제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개헌협상이 타결돼야한다는 말이 억설만은 아닐 수 있다. 여야 모두 깊은 관심과 진지한 논의를 펴나갈 때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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