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군 연초면 죽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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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택개량에다 마을길 포장으로 말끔히 단장돼 고풍스런 옛 정취를 찾을 수는 없으나 1백12가구중 80가구 의령옥씨가 4백년 뿌리내려 사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산자수명한 남려산 줄기가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이곳에 의령 옥씨가 터를 잡기는 조선조 선조32년(1599년).
옥문의 거목인 죽천 옥신변이 임진왜란때 포로로 끌려가 7년동안 충절을 꺾지 않고 항거하던 끝에 작은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닿은 곳이 옥포진(지금의 거제군장승포읍옥포리) 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주비목으로 20리길인 남려산기슭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에 터를 잡고 대목같은 기개를 폈다.
이곳이 죽사리.
임난이 끝났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왜적들이 남아 있어 그는 거제부백과 힘을 합쳐 왜선을 잡고 옥포진을 지켜 거제의 평화를 되찾았다.
자손과 이웃들에 효제를 권장하고 예의와 학문을 펴다 91세로 여생을 마쳤고 후손들이 번창, 거제의 대성이 됐다.
숙종조(1715년)에 이르러 성균관과 사학의 유생들이 생전에 도덕과 학문을 숭상해온 그의 높은 뜻을 기리기위해 상소를 올려 죽천사를 세우고 춘추향사를 받들었다.
집집마다 평균 10마지기 이상 「먹고 살만큼」의 농사를 지으며 문규로 마음을 다스려 오순도순 사는 것이 가문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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