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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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로미코」는 소련 외상시절 손님을 자신의 조그마한 서재에서 맞았다.
그 서재에는 대형 세계 지도가 벽에 걸려 있고 그 앞에 안락의자가 하나 놓여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복잡한 업무를 떠나 1주일에 서너 번은 이곳에 들릅니다.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라곤 1시간 남짓 앉아서 저 세계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이지요.』
「그로미코」의 말이다. 얼마나 전율스런 일인가.
이것은 6월30일자 유 에스 뉴스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미국 「카터」행정부 때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던 「브레진스키」교수의 신저 『게임 플랜』(Game Plan)을 소개하는 첫 대목이다.
미소간의 첨예한 대립을 다룬 이『게임 플랜』은 오늘날 양 대국의 충돌은 이미 이데올로기의 차원을 떠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세계 강대국들은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지정학적 평가에 두고 있다.
「마한」「매킨더」「스파크먼」같은 세계적인 지정학자들은 세계를 소련과 중국 일부를 포함한 중심대륙(Heartland), 서유럽과 중동·인도·동남아를 포함한 주변대륙(Rimland), 그리고 미국·남미·호주·일본 등을 포함한 해양의 섬 국가지역(off-shore islnd)으로 구분, 국제정치는 이 지역을 더 많이 장악, 지배하려는 강대국간의 투쟁 관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미소간 대립의 중심 무대는 방대한 인구와 영토, 부를 지닌 유라시아지역이다.
유라시아지역은 다시 세 곳의 중요한 전략적 전선으로 갈라진다. 극서·극동·남서전선이라고 「브레진스키」교수는 분석했다.
특히 한반도가 있는 극동 전선에서 소련이 남한과 필리핀을 지배하게 되면 중국 대륙을 포위하게 되고, 한국을 통해서 일본의 안보까지 위협하게 된다. 필리핀을 통해서는 일본의 중요한 바다 생명 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대소 억제책으로 중공과 파키스탄을 더 철저히 묶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공이 부활시키려는 고대 실크 로드건설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브레진스키」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신뢰야말로 1950년 북한의 남침,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같은 것을 사전에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소간의 싸움을 「끝없는 게임」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서로가 여러 분야에서 점수를 더 늘러 이기려고 하는게임이다. 그러나 단 한가지 군사적 균형이 깨지는 날, 그 게임은 끝나 버린다.
이런 대국들간의 게임 이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우리는 착실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6·25같은 비극을 다시는 없게 하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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