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은 「헌특」의 문을 열고 들어서긴 했으나 아직 「좌정」을 못한 채 엉거주춤하는 모습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속자 전면석방 여야공동건의안이란 장애물을 설치해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데 이어 당분간 특위위원명단을 움켜쥐고 구속자 석방의 가시적성과나 성의표시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막판까지 멈칫거리고 있는 것은 재야·운동권이 헌특 참여에 노골적인 불만과 함께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
따라서 당분간은 명단제출이란 지렛대를 활용하여 구속자 석방에 따른 신뢰보장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민정당의 명확한 개헌안을 독촉하며 한편으론 재야·운동권을 상대로 무마 및 지지확보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헌특에서의 본격활동은 민정당 안이 제출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신민당이 민정당안 제출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부·여당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짙은 의혹과 전도에 대한 불안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신민당 의원들은 집권측이 차기집권관철과 직선제 회피라는 기본 틀에 모든 것을 꿰어 맞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민정당이 현재 내각책임제가 민정당 안인 것처럼 흘리고 있지만 곧 대통령중심제를 들고 나와 권력집중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뒤 그 보완이란 측면에서 숨겨뒀던 이원 집정제를 내밀 것이 틀림없다고 보는 것이다.
21일의 노-이 회담 직후 노태우 대표위원이 『호헌을 양보했으니 직선제를 양보하라. 이 총재는 타협안을 내놓을 것』이란 발언을 신민당 의원들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며 의혹을 더욱 굳히고 있다.
민정당이 감추고 있는 속셈 중 첫 카드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보는 것이다.
신민당은 민정당 안 제출을 되도록 앞당기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을 세운 배경도 이런데 있다.
이와 함께 신민당은 지금부터 재야세력과의 관계개선에 발벗고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헌특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재야세력들은 신민당의 타협움직임을 개량주의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야합」이라고 까지 매도하며 등을 돌리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 목표자체가 달라 언젠가는 분명한 관계 설정을 해야겠지만 「민주화」가 될때까지는 이들의 힘이 필요하며 최소한 적대관계여서는 곤란하다는게 두 김씨 등 신민당의 생각이다.
신민당은 우선 이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 야권전체의 개헌 단일안 또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개헌세미나·공청회 등을 구상하고 있다.
직선제는 움직일 수 없는 기본골격이지만 기본권·경제문제·전문·부칙 등에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헌특 명단 제출보류와 재야와의 개헌안 협의 등을 통해 재야와의 관계 돈독화를 꾀해 나간다는 생각이지만 명단제출 보류를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7월초 헌특의 첫 모임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민당이 막바지까지 헌특 구성에 멈칫거렸지만 위원지망자는 많다. 이미 특위의 간사엔 동교동계의 이중재 부총재 또는 허경만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도동계도 김현규 의원 등을 참여시켜 양대 계파가 합의제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허남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