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美와의 정상회담 취소에 "회담이 찢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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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미 대통령·왼쪽),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를 두고 필리핀 현지에서도 두테르테의 욕설로 인해 회담이 취소됐다는 건 인정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은 6~8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CNN 필리핀은 6일 오전 양국 정상 회담 취소를 "회담이 찢어졌다"라며 "백악관이 오바마와 두테르데의 회동을 취소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두테르테가 5일 라오스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향해 "오바마는 자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미국의 강아지가 아니다. 나는 독립된 국가의 대통령이며, 필리핀 국민을 제외하곤 내 행동을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바마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 맹세할 수 있다"라고 말한 걸 그대로 전했다. 현지 언론인 ABS-CBN 뉴스도 "오바마가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두테르테가 그를 향해 욕설한 한 것과 관련해서다"라고 썼다.

하지만 필리핀 통신사인 필리핀 뉴스에이전시는 회담 취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해서도 '마약 퇴치를 강조할 계획이다'고만 소개했다. 또 다른 기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민다나오주(州) 다바오시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서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는 이 테러의 배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필리핀 경찰은 이 조직을 테러 배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통신사는 미국과 필리핀의 정상회담이 취소된 소식이나 전날 두테르테의 발언은 다루지 않았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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