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개선과 대일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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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2·4분기에 들어서면서 국제수지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더욱이 지난 5월의 경상수지는 흑자 폭이 1억5천만 달러에 달해 개선 폭이 커진 점이 괄목할 만한데다 연 3개월 째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국제수지의 개선이 앞으로도 추세 적으로 정착되어 올해가 우리의 국제수지사상 흑자기조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기록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보다 더 강력한 수출노력과 수입의 절감, 그리고 수입에너지와 물자의절약과 저축증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3저의 국제수지 개선효과는 결코 장기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소비와 수입을 늘려 결국은 다시 대외수지를 나쁘게 만들 소지가 있음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올 들어 5월까지의 국제수지 개선이 추세 적으로 정착될 것인가 또는 올해가 국제수지 흑자기조 전환의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국내적 대응여하에 달려 있다. 수지구조로 볼 때 가장 중요한 무역수지에서의 흑자정착이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5월까지의 추세를 보면 이점에서는 아직도 낙관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잠재되어 있다. 우선 이번 수지개선의 최대 요인이라 할 원유수입부담과 관련된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행히 5월까지는 원유 가가 크게 떨어져 전년 비 30%나 수입부담이 줄었지만 국제원유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의 원유가 체계를 전제로 에너지수급이나 국제수지 계획을 짠다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저 유가로 인한 국내 유 류 소비의 급격한 증가추세도 우려할 만하다. 이 점에서는 에너지절약과 효율화정책이 오히려 강화돼 야할 시점이다.
수입 자유화폭 확대에 따른 소비재나 불요불급 품의 수입증가도 경계돼야 한다. 행정 감시나 통관검사 또는 유통감독 등 가능한 수단을 써서 수입급증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또는 내수용의 자본재와 부품수입 급증에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엔고에 따른 대일 수입의존 탈피가 당면한 과제인 만큼 국산대체와 수입선다변화에 정책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5월까지의 수출이 27%나 늘어났는데도 대일 수출은 10%에도 이르지 못한 현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엔고의 역현상은 대일 수출입 양면으로 강력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5월까지 이미 22억 달러를 넘어선 대일 무역적자는 앞으로의 국제수지 개선에 최대 장애요인이 될 뿐 아니라 수지구조상의 크나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기계류의 경우는 수입 선을 미국 쪽으로 돌리면 우리 쪽에 대한 미국의 수입압력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의 총괄적 개선에 만족하지 말고 이 같은 수지구조 내에 잠재된 허점과 문제들을 하나씩 근원적으로 해결해 가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의 수지개선은 내년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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