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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로 오해 받은 ‘날라리 작가’ 이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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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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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잊혀질 테니, 절망하지 말라는 거다.” 2030세대에게 감성글을 소개하는 한 페이스북(facebook) 계정에 올라온 이 구절은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무라카미 라디오』에 나오는 문장으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다.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23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구절은 하루키가 아니라 초보 작가 이혁(28·사진)씨가 10년 전 고교 시절 자신의 블로그에 쓴 것이다.

고교생 때 쓴 글, 페북서 잘못 회자
『날라리 자서전』펴내고 뉴욕 유학

그가 최근 『날라리 자서전』(좋은땅)이란 책을 출간했다. 청춘의 발버둥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그는 “초판을 낸 후 내 글이 하루키의 이름으로 떠도는 걸 보고 놀랐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 급히 ‘나는 하루키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고 했다. 이번 책에는 그가 10대부터 꾸준히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았다. 우정, 사랑, 미래 등 젊은 시절 관심을 가지게 되는 주제들이다.

자신을 ‘날라리’라고 표현하는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는 스위스, 중·고교는 영국과 미국에서 다녔다. “날라리란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순수한, ‘날것(raw)’을 추구하는 감성적인 사람이에요.”

그는 패션디자인과 건축, 작곡 등을 배웠고 그때마다 느낀 감정들을 온라인에 꾸준히 써왔다. 책 옆에는 1이란 숫자가 쓰여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책이지만, 두 번째는 영화나 인테리어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곧 미국 뉴욕의 영화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언젠가는 자유로운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을 키워내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빈 기자 kim.yoov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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