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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피서지] 길동 자연 생태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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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기 밤색 털이 난 버섯은 털가죽버섯이고, 가장자리가 검은 건 먹물버섯, 이쪽 나무 아래 있는 건 여러분이 집에서 반찬으로 많이 먹는 싸리버섯이에요."

나무둥치에 둥그렇게 모여 앉은 어린이들이 돋보기를 손에 들고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아이들 뒤에서 어머니들도 노트에 버섯이름을 적어가며 자원봉사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서울 강동구 길동 3번지에 위치한 길동자연생태공원. 여름을 맞아 금요일 오후마다 열리고 있는 '버섯관찰교실'에 인근 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 15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보는 다양한 버섯과 울창한 숲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빗물을 머금고 반짝이는 거미줄 등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자연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배낭에 모자와 양산을 갖추고 아이들의 자연 공부에 따라나선 학부모들도 오랜만에 느끼는 숲의 정취에 즐거운 눈치다.

길동공원에서 진행되는 생태학습에 세번째 참여한다는 양전초등학교 3학년 전상엽(10)군은 "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버섯과 소금쟁이.매미 같은 곤충들을 직접 보면서 공부할 수 있어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이승효군과 함께 온 유서정(37.강동구 광장동)씨는 "방학을 맞은 아이에게 모처럼 살아있는 자연을 느끼게 하고 내가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1999년 개원한 길동자연생태공원은 2만4천여평 부지의 녹지에 소나무.보리수 등 64종 3만2천여그루의 수목과 3만여마리의 물고기가 자라고 왜가리.물총새.원앙 등 철새들이 찾아드는 도심 속의 야생 생물 서식처다.

또 초가집.움집.장작더미 같은 농촌마을 풍경과 배추.무.고추 등이 자라는 무공해 텃밭도 조성돼 있어 도시 어린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연평균 방문 인원은 4만5천여명. 방문객의 70%는 초등학생, 30%는 동행한 학부모들이며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가정주부.현직교사.강사 등으로 구성된 40여명의 자원봉사 가이드가 알기 쉽게 진행하는 계절별 학습 프로그램이 특히 방문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3년 전 처음 공원을 찾은 뒤 자연 그대로 보존된 숲에 매료돼 자원봉사 가이드로 나서게 됐다는 곽경순(52.주부)씨는 "자원봉사자들이 3개월간의 전문교육과 주1회 심화교육을 받고 있어 학습 프로그램의 질이 높다"며 "열 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 바로 환경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올 여름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는 버섯관찰교실, 잠자리.나비관찰교실, 오감체험교실, 유아생태교실, 농사체험교실, 신나는 자연관찰교실 등 8가지. 오감체험교실은 여름의 맛과 촉감.소리.냄새를 박하잎을 씹어보거나 달팽이를 만지는 등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어 유아 및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초에 가족단위로 신청을 받아 여름부터 가을까지 모내기.김매기.탈곡 등 한해 농사 과정을 모두 경험해보는 농사체험교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애인 생태교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없는 장애 아동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 장애인 단체나 기관별로 신청을 받아 전문 가이드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공원 입장료는 무료이나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하루 공원 입장인원을 2백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화요일은 휴장한다.

생태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으면 프로그램 시작 2주 전 월요일 오전 9시부터 공원 인터넷 사이트(www. parks. seoul. kr/kildong)에서 신청하면 된다. 참가 당일엔 필기도구와 돋보기 등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02-472-2770.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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