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의 차보다 공통요소가 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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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3당의 대표연설은 한결같이 민주화를 강조하고 민주화를 위한 나름대로의 방향제시와 각오·목표를 천명했다.
3당대표들은 이 나라가 직면한 위기상황을 극복,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헌으로 집약되는 민주화추진이 핵심과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3당대표들은 우선 현시점이 국운을 가름하는 기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그 타개책은 민주화뿐이라는데 견해를 함께 했다.
노 민정당 대표는『여-야가「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향해 전진하느냐, 아니면 대결과 혼란의 길로 다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에 와 있다』고 했고, 이 신민당 총재는『이번 임시국회가 문자 그대로 이 나라의 진 운을 가름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말해 이번 국회에서 대 타협을 이룩해야 할 절박성을 함께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들은 민주주의의제도적 정착을 위한 개헌은 △3권 분립의 확립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보장 △기본권의 보장△사회정의 및 배분적 정의의 구현 등을 기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의 구체화방법에는 현저한 시각 및 목표의 차이를 드러냈다. 개헌의 최대쟁점인 권력구조에 대해 신민·국민당 측은 직선대통령중심제가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가장 보장하는 방안이며 국민적 합의라고 거듭 천명했다.
이에 비해 노 민정당대표는 구체적 정부형태의 제시 없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민주정치의 출발점이며 △국가권력을 분산하고 △국회와 정당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해 내각책임제 쪽을 시사한 느낌이다.
또 민정당 측이 국민의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 권력분산을 통해 기본권의 실질보장을 목표하고 있음에 비해 신민당 측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절차 엄격 화를 주장해 방법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야당 측은 군의 정치개입을 엄 계하면서 신민당 측은 군의 개입을 금하는 명문규정을 두고 이에 대비한 국민저항권의 신설을 요구했다.
노 대표가 이날 제시한「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연설에서는「소모적 체제논쟁」과「정권장악을 위한 방법론이 되고 있는 민주화논쟁」을 지양하고 그 세기의 국가목표까지 염두에 둔「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주장했다. 이로 보아 민정당 측은 권력구조에만 초점을 두는 개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개헌론을 전개할 태세가 아닌가 보여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 대표가 산업화의 어두운 국면을 언급하고「가진 자」와「덜 가진 자」문제에 적극적인 발언을 한 것도 관념을 끄는 일이다.
야당 측도 인천사태와 구속자문제 등을 중점 거론하면서 산업사회의 병리를 거론하고 근로자의 경영참가·지주제·배분적 정의를 강조해 산업화부작용과 경제정의의 구현이란 큰 줄거리에 있어서도 3당의 시각이 일치함을 보여주었다.
구속자문제에 있어서는 야당 측이 높은 목소리로 석방을 요구했고 여당 측은 대학생구속자의 서방용의를 밝혔다.
야당 측은 구속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왜 이들이 구속되고 분신자결이 속출하는가의 원인규명에 중점을 두어 유신 이래의 반민주, 5공화국의 문제점 등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전반적으로 보아 이번의 3당 대표연설은 시각의 차이보다는 공통요소가 많은 편이다. 그 까닭은 민주화라는 공동목표와 대 타협에 의한 합의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있기 때문이며 특히 이번 대표연설은 각 당의 총론적 입장의 개진인 셈이어서 각론적 이견 표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각론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대정부질문과 상위과정, 헌특구성후의 논리전개 등에서는 불가피하게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견은 뭐니뭐니해도 직선제냐, 아니냐 하는 정부형태에 초점이 두어질 것이 뻔하다. 이 초점에 해당하는 정부형태에 관해서는 민정당이 이번에도 막연한 원칙론으로 내각책임제적인 것을 시사하는 정도로 그쳤기 때문에 정부형태의 장·단점을 둘러싼 여야논쟁은 다음으로 미뤄진 셈이다.
인천사태·학원사태 등에서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이는 근로자·농민의 문제, 다시 말해「산업화의 그늘문제」에 대한 3당의 강한 인식이 앞으로 개헌논의에서 어떤 구체적 결과를 가져올지가 이번 대표연설에서 나타난 또 다른 관심사가 될 것 같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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