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씻고 재기한「하든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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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백의종군한 김종부(김종부·21·고러대)가 한국월드컵축구 출전사상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멕시코고원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히든카드」로 후반에 기용된 김종부는 1-0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24분쯤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려 예선탈락의 위기를 넘기면서 한국에 16강 진출의 한 가닥 희망을 안겨 줘 『국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지켰다.
차범근(차범근)과 함께 불가리아진영 깊숙이 포진한 김종부는 조광래(조광래)의 헤딩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 멋진 오른발 슛을 날러 역시 김종부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뭐라 말할 수없이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월드컵에 출전,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학교와 축구협회, 그리고 저를 성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잘 했다기 보다는 선배와 동료들이 열심히 해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가리아와 1-1로 비긴 채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번의 영광이 실감이 가지 않는다는 김종부는 마지막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김종부의 이날 동점골은 그에게 있어서 무척 뜻 있는 골이었다.
현대와 대우의 스카웃줄다리기로 물의를 빚으면서 급기야는 고려대 축구팀으로부터 제명을 당해 태극마크의 유니폼을 벗어야했으며 그처럼 희망했던 월드컵출전마저 포기해야하는 시련을 당했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태릉선수촌을 떠나야했던 김종부는 사회각계각층의 성원에 힘입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다는 각오를 굳게 다졌다.
멕시코는 김종부와는 무척 인연이 깊은 나라.
무명의 선수였던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곳이 바로 멕시코이기 때문이다.
83년 이곳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질풍 같은 대시와 대포알 같은 강슛을 구사, 한국을 4강으로 끌어올리며「꼬레아 선풍」을 일으킨 주역.
이때부터 김종부는「제2의 차범근」으로 불리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국내프로축구의 스카웃 표적이 되어 왔었다.
183cm·76kg의 장신에다 1백m를 12초에 질주하는 초특급선수로 장래가 촉망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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