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조경수 8백여 그루가 죽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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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무 생리는 뒷전으로 공사 기일에만 맞춰 일사불란, 보기 좋게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못내리고 말라 죽어간다.
나무값만 한 그루 20만∼30만원씩. 8백여그루가 활착이 안돼 2억원어치 나무를 말려 죽이게 생겼다.
지난달 28일 준공한 서울 둔촌동 올림픽공원과 주변 도로가 그 현장.
말라죽거나 잎이 나지 않는 조경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은행나무(5백여 그루)와 소나무(2백여그루) 느티나무 등은 지방에서 일부러 캐내 옮겨심은 헌 수목도 들어 있다.
이처럼 값비싼 관상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나무 옮겨심는 철이 아닌 지난해 겨울이나 지난 5월에 이식, 때를 놓친 데다가 토목공사에 맞추느라 이식이 찾았기 때문.
녹음이 우거진 공원에 앙상한 고목이 늘어나자 당황한 서울시와 조경 용역을 맡았던 회사측은 현장에 이동나무병원을 석지, 긴급 구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
◇활착붙량=서울시는 올림픽공원 조성과 몽촌토성 본원 작업을 하면서 작년 8월 용역비 1백 30억원에 조경회사인 덕수종합개발에 식목·조경 용역을 주고 일부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공, 1만 2천 7백여 그루의 큰키나무와 꽃나무를 작년 가을과 올 3∼5월 사이에 심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꽃나무 등 관목류는 활착이 잘 돼 거의 1백% 살아났으나 지방에서 가져온 헌수목과 덕수종합개발이 사서 심은 조경수 가로수 등이 죽거나 아직까지 잎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피해가 심한 것은 은행나무로 1천 8백 98그루 가운데 올림픽공원 안에 심은 60여 그루와 남쪽 도로에 심은 2백 70여그루, 북쪽 도로에 심은 1백 20여 그루, 올림픽회관 앞에 심은 50여 그루 등 5백여 그루가 뻣뻣하게 말라죽었거나 잎이 나오지 않았고 2백여 그루 이상이 간신히 잎이 돋았으나 시들어 가고 있다.
소나무도 공원 안에 모두 2천 86그루를 심었으나 1백 50여 그루가 말라죽어 이미 캐내고 바꿔 심었으며 2배여 그루가 잎이 붉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이밖에 느티나무도 9백 27그루, 목련 4백 36그루, 산수유 6백 8그루 등을 심었으나 일부가 아직까지 잎이 나지 않고 있다.
◇피해=죽거나 잎이 나지 않은 나무 가운데 은행나무·소나무·느티나무 등은 대부분 키가 6∼7m짜리로 그루당 20만∼30만원씩 해 고사목의 전체 피해액은 2억원.
이 가운데는 올림픽공원에 심기 위해 서울 반경 1백 50km 이내의 지방에서 일부러 캐서 올려 보내 심은 헌수목들도 포함돼 있다.
◇불량 원인=이처럼 올림픽공원의 나무가 말라죽은 것은 나무가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지난 초겨울까지, 일부는 5월 중순까지도 심는 등 적기를 놓친 데다 토목공사를 서둘러 하는 바람에 몇 차례씩 옮겨심었기 때문.
◇비상 대책=서울시와 용역회사측은 이동나무병원을 차려 대형목 하나하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상태가 안 좋은 나무에는 영양 주사와 물을 주는 등 구출 작업을 펴고 있다.
◇덕수개발 박무길 이사=워낙 짧은 기간 안에 많은 나무를 신다보니 다소 소홀함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나무와 소나무는 원래 활착이 둔한데다 나무마다 성장 상태가 달라 잎이 안 나왔다고 모두 죽었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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