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점거 모의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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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일상오7시50분쯤 서울 서소문동 대법원 정문앞.
『와아』대학생차림의 젊은이10여명이 벼락치듯 덤벼들어 경비원들을 밀치며 구내로 달려들었다.
경비를 맡고 있던 6명의 전경과 청원경찰이 기겁을 해 이들을 막았으나 역부족.
『잡아라』숙직실에 대기중이던 청원경찰 5분대기조까지 출동했으나 난입자들은 번개처럼 날랜 몸놀림으로 대법원형사과 건물벽으로 달려가 스티커를 붙였다.
「경계철저」.
스티커를 벽에 붙이고 나서야 젊은이들은 할떡이며 뒤쫓아온 경비원들에게 순순히 붙잡혀 주었다.
흡족한 표정이 역력한 난입자들은 자신들이 「서울시청소속 기동대원들이며 법원의 경비상태를 점검키 위해 가상침투훈련을 했을뿐」 이라고 태연스레 밝혔다. 3분만에 성공적(?)으로 끝난 작전이라는것.
『하필이면 대법원을 모의훈련대상으로 삼을건 뭡니까』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는 경비원 K씨.
『사법부의 최고기관도 점거될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유비무환 차원에서 그같은 훈련을 겠지요』원로 법관 L씨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흔들림없이 존경받아야 하고 그래서 성역이어야할 사법부.
그 사법부에도 학생들에 의해 점거될만한 사유가 있다고 본 당국의 판단. 그같은 판단아래 예방의 차원에서 실시된 모의 훈련.
3분간의 모의훈련은 오늘의 사법부의 현주소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는 쓰린 느낌이었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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