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PD시스팀」시대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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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출판계에도 PD시스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10여개의 출판 프러덕션 회사들이 활기찬 활동읕 펴면서 앞으로의 출판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전문집단들은 독자적인 출판기술을 보유하고 출판사의 일을 대행해주고있다.
이들은 책의 기획·편집·번역·교정·인쇄·제본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해주며 취급하는 책의 종류도 전집류·단행본 사보류등 다양하다. 이들 전문대행회사들은 적어도 출판사경력 10년이상의 베테랑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사전류 편집을 주로 대행하는「신원기획」의 김상례씨는 전에 동아출판사 편집상무를 지냈다. 『동아백과사전』을 펴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의 몇몇 백과사전 영한사전 편찬에 참여한바 있다. 현재 금성출판사와 일본소학관이 공동기획한 한일 일한사전 편찬작업을 맡아 하고있다. 대형기획물의 편집·번역·교정작업을 주로하고 있으며 현재 직원은 56명.
삼성출판사 편집국장을 지낸바 있는 박남규씨는「편집 프러덕션 삼성기획」을 차렸다. 역시 대형기획물에 손을대고 있는 현재 박씨는 자신이 몸담고있던 삼성출판사의 『컬러판 옥스퍼드 영한사전』편집을 대행하고 있다. 국배판에 2천4백여쪽 분량의 사전을 올해안에 출간하도록 돼있다. 15명의 사원을 두고있다.
또 홍성사 편집장을 지냈으며 파리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돌아온 정병규씨의「정병규디자인」 은 기획과 출판디자인을 주로 대행해주고 있으며 『뿌리깊은 나무』의 편집장이였던 김영윤씨는 「김형윤 편집회사」를 차렸다. 전문잡지의 기획과 편집을 주로 맡아하고 있다.
『문학사상』 편집장, 문예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낸 장현규씨는 「예전」 이란 기획편집장정대행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러한 출판PD시스팀의 출현은 출판의 대형화 전문화추세에 따른 시대적인 산물로 보인다.
일본에선 이러한 출판프러덕션회사들이 전성기를 맞고있는데 대표적인 출판사인 강화사나 소학관의 경우 독립프러덕션시스팀을 통한 제작이 전체제작의 50%정도를 차지하며 출판사 산하에 30∼50개의 독립프러덕션회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대개는 그 출판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이차린 회사들이다.
이는 출판사와 프러덕션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짐으로써 생기는 현상으로 볼수있다. 즉 출판사는 정년 또는 중도 퇴직자들로 하여금 대행회사를 차리게 하고 일감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경영감량도 하고 인사숨통도 트면서 구미에 맞는 책을 계속 만들어낼수 있는 잇점을 갖는 반면 고참 편집자들 또한 노후까지도 생계를 보장받으며 계속 일을 할수 있는 방도가 된다는 것이다. 자본은 없지만 기술을 확보한 집단들이 계속 활동할 수있는 토대가 제공되는 것이다.
김영윤씨는 『출판계가 아직 영세해 멀리 보려하지 않고 당장 이용할수 있는 부분만 단편적으로 이용할 뿐이어서 창의적인 부분마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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