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프러더션 TV진출의 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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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31일 KBS제1TV에서 방영한『TV문학관-수초의 노래』는 민간프러덕션 시네텔 서울이 올들어 첫 제작한 작품으로 전체적인 균형감각은 떨어졌으나 가능성으로 가득찬 역작이었다
「수초의 노래」는 우선 감동적인 극본에 크게 힘입고 있었다. 나병에 걸린 어머니로 인해 정든 고향에서 쫓겨난 천형의 일가, 아내를 죽이려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남편, 성자의 그것에 비견될수 있는 처절한 모성애, 이를 배신할수 밖에없었던 아들의 실존적 선택등 밀도있는 줄거리는 전화면을 흐르는 어둡고 푸른 수초의 색조속에서 구체적인 감동으로 밀려왔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띄는 부분은 단순한 줄거리를 섬세한 심리묘사로 극복해나간 연출기법에 있었는데, 특히 나병에 걸려 온몸을 붕대로 감아야했던 어머니(안옥희분)가 「눈빛만으로 보여준 연기」와 소년 용이(이민우분)의 「무서운(?)천진성」은 연출자의 의도를 넉넉히 소화해낸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체적인 장면분할과 극본상의 개연성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 그 대표적인 예가 90분의 러닝타임중 가족이 고향을 떠나던날 밤과 남편이 목숨을 끊던 날 밤등 이틀밤을 묘사하는데 무려 60분을 소비한점, 20년만에 이루어진 모자상봉의 개연성이 부족한점 등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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