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고의 ‘공무원’ 앤디 밴헤켄(37·넥센)이 돌아왔다.
일본서 어깨 부상 탓 승리없이 4패
세이부, 잔여연봉 책임지며 방출
친정 복귀 매경기 5이닝 이상 호투
팬들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경기”
“일본서 의사소통 잘 안 돼 부진
한·일 야구 실력 격차 크지 않아”
2012년 넥센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등장한 밴헤켄은 5년 동안 ‘밴무원(밴헤켄+공무원)’으로 불렸다. 강속구나 화려한 변화구는 없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5~6이닝을 기본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4년간 120경기에 등판해 58승 32패, 평균자책점 3.54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에서 ‘정년퇴직’ 할 것 같던 밴헤켄은 지난해 말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연봉이 두 배(8억원→15억원)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왼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고, 10경기에서 4패(평균자책점 6.31)만 기록했다. 세이부가 지난달 15일 밴헤켄을 방출하자 넥센은 피어밴드(kt)를 내보내고 밴헤켄을 다시 데려왔다. 지난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밴헤켄은 “일본에선 야구가 그저 직업이었다. 즐겁게 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 다시 ‘밴무원’ 다운 투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다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 “고척돔에서 던지니까 폭염도 모르고 지나갔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언젠가 한국에 오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갔다. 일본에서 몸 상태가 워낙 안 좋았다. 한국에서도 못할까봐 불안했지만 익숙한 포수 박동원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또 친한 동료들이 내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
밴헤켄은 지난달 28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복귀 첫 승을 따내는 등 6경기에서 4승(무패)을 올렸다. 구속을 시속 145㎞까지 올렸고, 주무기인 포크볼도 날카롭게 떨어지고 있다. 6경기 평균자책점이 1.22에 불과하다.
- 일본에선 왜 부진했나.
- “일본은 한국과 같은 아시아지만 문화적으로 달랐다. 왼 어깨 부상으로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피드를 더 내려고 억지로 던지다 보니 투구폼이 망가졌다. 성적이 부진하자 팀에 서운한 점도 생겼다. 어깨가 아플 때 내가 생각하는 치료법을 설명했지만 구단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없었다. 이지풍 넥센 트레이닝 코치는 정확한 방법(어깨 웨이트트레이닝)을 알려줬다. 큰 도움이 됐다.”
-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가 컸나.
- “내가 일본에서 못했던 건 몸이 안 좋아서였다. 두 나라 야구 실력에 큰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 팀들은 하위타선도 강하다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넥센은 세이부로부터 밴헤켄을 양도하며 이적료 30만 달러를 받았다. 세이부가 올해 잔여 연봉을 주기 때문에 넥센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10만 달러)만 지급하기로 했다.
- 넥센의 대우가 서운하지 않았나.
- “금전적인 조건을 따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뛸 때도 박병호(미네소타) 등 동료들과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투수 한현희와 조상우가 부상으로 못 던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넥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특히 신재영이 꾸준한 성적(13승 5패)을 올리고 있다. 강속구가 아닌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
- 넥센 타선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 “박병호·강정호(피츠버그)·유한준(kt) 등 강타자들이 빠져나갔지만 그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들이 성장했다. 윤석민·채태인이 슬러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운드가 강화돼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
- 공무원처럼 성실하고 안정적이여서 팬들이 ‘밴무원’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 “그런가? 처음 들어봤다. 아주 마음에 든다. 하하하.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게 목표인데 그걸 정확히 묘사했다.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이 승리하는 것만 생각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밴헤켄은 우리 팀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는 “밴헤켄은 선발 투수의 교과서”라고 했다.
- ‘밴무원’의 정년은 언제일까.
- “지금까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팀에 도움이 될 때까지 던지고 싶다. ”
-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에도 잘 웃지 않더라.
-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그렇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는 많이 웃는 거다. 일본에선 더 안 웃었다.”
- 휴일은 어떻게 보내나.
- “쉬는 날에는 야구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청소하고, 빨래한다. 집안 일을 열심히 하는 남편이다.”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