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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향형 산업」각광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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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세계 제1의 채권국인 일본의 산업구조가 21세기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여유자금을 해외 주식·채권투자로 돌려 톡톡히 재미를 본 일본인도 많지만 엔화강세로 도산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엔화강세를「국난」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는 일부경제인을 포함해서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무역마찰로 코너에 몰리고있는 자국산업계의 조류를 자못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전기·전자산업들은 생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미 미국·유럽·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겨 현지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산업이 줄을 이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공동화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이 과거에 겪었던 국내경제의 공동화가 이제 일본에 발생해 경제활력마저 빼앗아 가지 않을까 하는 당혹감 마저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통산성의 자문기관인 산업구조심의회는 최근에 마무리한「21세기 산업사회의 기본구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경제활력의 감퇴를 막기 위해 일본은「창조적 지식이 융합화 된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따로따로 독립업종으로 개발돼 왔던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을 서로연결, 이른바 메커트로닉스(기전산업)로서 성공시켜 기업수익을 올린 것처럼 신소재나 생명공학·전자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도 융합시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내야 살길이 생긴다는 것.
다른 나라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있는 이 분야에 빨리 뛰어들어 고차원의 기술을 익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끌고있다.
이 보고서는 전자·기계분야 뿐만 아니라 철강·섬유·석유화학 등 국제 경쟁력이 약한 산업분야에서도 업종·기술간의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융합(지식융합화) 시킴으로써 새로운 산업의 활로가 개척되어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고 일자리도 많아지며 더 나은 생활문화가 창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전환이야말로 외국과의 무역마찰을 완화하면서 국제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전자·신소재·생명공학 등 3개 분야의 시장규모는 관련산업을 포함해서 약6l조엔(80년 실적)이던 것이 서기 2000년에는 거의 4배에 가까운 2백30조엔(약1천2백42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의 국내산업은 생산액으로 볼 때 가공조림산업이 83년의 15.4%에서 24%로, 서비스업은 15.8%에서 20%로 상승하나 기초소재산업은 15.1%에서12%로, 생활관련산업도 14%에서11%로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로 다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초연구개발비에 대한 정부 부담을 늘리고 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직체를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체일 큰 문제로 고용불균형의 확대라는 골치 아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00년의 직종별 노동력수급전망에 따르면 기술혁신으로 기술자나 연구원은 약1천만 명이지만 공급은 8백만 명. 2백만 명의 공급부족이 생긴다. 그러나 기능공이나 생산공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1백만 명이나 넘쳐흐른다.
이밖에 고령화나 경쟁력을 잃은 산업 때문에 실업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역 간의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①국제협조에 의한 산업조정 ②고용유동성확보 ③지역경제 활력유지 및 생활문화창조가 필요하다고 이보고서는 분석했다.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는데 따라 감성지향형 산업(경박 단소보다는 모양이 좋고 감각적이며 놀이의 요소가 있고 창조적인「미·감·유·창」의 산업), 하드와 소프트의 복합기술혁신 등으로 국민생활의 인간성 충실과 내수 확대지향의 경제운용도 기대하고있다.
21세기 산업사회의 이 같은 기본구상에 맞는 내수성장·기술자 양성·신규분야 진출에는 적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이다. 산업구조심의회는 국채 발행 등으로 재정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고 저축과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저축우대제도를 시정하며 노동시간도 단축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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