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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자사고 루머로 파 정부 골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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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원상 특파원】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자국민의 공포를 떨쳐버리기 의해 고심하고 있는 폴란드당국은 이에 관한 루머와 의혹이 국민들 사이에 계속 번지고 있어 무척 당황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방사능구름」은 계속 일상대화 속의 주 의제가 되고있으며 물·달걀·우유가 먹을 수 없을 만큼 오염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 바르샤바에서 가장 널리 퍼진 루머는 지난주 체르노빌과 가장 가까운 크라쿠프 지방에 내린 호우가 방사능 찌꺼기를 몽땅 씻어 비스툴라강으로 흘려보내 엄청난 강물이 바르샤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 바르샤바 시민들은 미리 집집마다 욕조에 수돗물을 꽉 채우는 통에 수압이 낮아지는 등 법석을 떨었다.
아나운서들은 물이 오염되지 않았다고 거듭 방송했으나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급기야는 「메스너」수상이 국민들의 불안을 씻어주기 위해 직접 TV방송에 나섰다.
정부당국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일반국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르샤바의 한 이발관에서 손님이 여 이용사에게「방사능구름」에 관해 물었다. 그녀는 말했다.
『처음 그 보도를 접했을 때 나는 무척 놀랐어요. 그러나 사고에 관한 정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난 지금은 오히려 더 무서워요.』
원전사고에 관한 첫 스케치기사가 나간지 이틀 뒤 폴란드국민들간에는 체르노빌에서 단지 2명이 사망했다는 소련발표를 두고 성「베드로」까지 들먹이는 농담이 나돌고있다.
「베드로」가 천국의 12대문을 열자 수많은 소련인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드로」는 놀랐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소련은 2명만 보냈다고 발표했는데.』
폴란드 정부는 방사능으로 인한 갑상선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16세 이하의 1천1백만 어린이들에게 루골이라는 약품을 나누어주었다. 폴란드인 들은 루골을 소련제 코카콜라라고 명명했다.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폴란드 국민들에게 가톨릭교회는 유일하게 믿을만한 소식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측은 이번 체르노빌 사고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가톨릭교회 이외에 폴란드인 들이 믿는 것은 폴란드어로 방송되는 자유유럽 방송, 미국의 소리방송(VOA), 그리고 영국의 BBC방송 등 서방미디어다.
그래서 늘 서방 방송은 허위 투성이라고 주장하던 폴란드 정부는 바르샤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조사결과 인체에 위험을 줄만한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VOA방송까지 인용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었다. 폴란드의 한 방송해설자는 『이번 경우 VOA는 사실보도를 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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