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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별세한 워커 前 주한 미국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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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81~86년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리처드 워커 박사가 22일 별세했다. 81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벨레폰테에서 태어난 워커는 선교사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44년 드류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통역으로 도쿄(東京)에서 근무하던 워커는 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예일대를 거쳐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하던 워커는 81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되면서 한.미 관계의 격랑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은 권위적인 전두환 정권의 등장과 광주 민주화운동, 학생들의 반미 시위 등으로 '바람잘 날 없는' 혼란과 긴장의 나날이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 부임한 워커는 특유의 '조용한 외교'로 양국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막후에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런 공로를 기려 워커 대사에게 친서를 보내 "조용한 외교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또 미국 정부는 한.미 관계를 개선한 점을 인정, 워커 대사에게 특별공로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워커 대사는 재임 시절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운동권 학생들을 '형편없는 녀석들'이라고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다시 사우스캐롤라이나대로 돌아간 워커 대사는 그 후에도 자주 서울을 찾았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친분이 두터웠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환갑 20주년 행사'라는 이름으로 워커 대사의 팔순잔치를 열어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커 대사의 영결식은 오는 27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교회에서 열린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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