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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권 재진입 때 탄두 ‘고온 폭발’ 막을 기술 미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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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3 면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5일자에 게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장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4일 시험발사 후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24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의 SLBM은 500㎞를 비행했지만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시험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통신은 ▶고각발사 체제 성공 ▶콜드 론치(수중에서 미사일을 밀어 올려 물 밖에서 점화해 쏘아 올리는 기술)의 안전성 확보 ▶대기권 재진입 탄두의 정확한 명중 등 미사일이 작전적 요구에 완전히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SLBM을 완성했으며 곧바로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지 발표 내용을 검증해 본다.


테스트 위해 고각발사=북한이 시험발사 차원에서 SLBM을 높은 각도로 발사했다는 주장은 대체적으로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SLBM은 일반적으로 실제 전투 때는 고각이 아니라 낮은 각도로 발사하는 게 원칙이다. 낮은 각도로 발사해야만 SLBM의 체공 시간이 짧고 탐지도 어렵다. 그런데도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한 것은 체공 시간을 늘려 미사일의 추력과 비행 특성 등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각발사의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 각도를 조금만 낮춰도 미사일 비행거리는 크게 늘어나 일본 영토를 위협하게 된다. 북한이 일본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할 수 있는 거리는 500㎞ 정도다. 이번에 발사된 SLBM은 동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경계를 살짝 넘어 80㎞ 정도 침범했다.


콜드 론치의 안전성과 단계별 비행특성 확인=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콜드 론치이다. 북한이 언급한 ‘랭방발사 체계’가 바로 콜드 론치를 의미한다. 이는 SLBM을 담은 캡슐이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을 빠져나와 부력으로 수면 위에 올라오면 캡슐이 터지면서 미사일이 점화돼 발사되는 시스템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바지선을 활용해 여러 차례 콜드 론치 실험을 해왔다. 이번 SLBM 발사 성공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비행특성 확인은 미사일에 부착된 신호발생기가 보내준 위치 정보와 속도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통상 300㎞ 이상 비행했을 경우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차례의 성공만으로는 확신할 순 없다. 향후 몇 차례의 시험발사를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단 분리와 조종 및 유도 체계의 신뢰성=북한의 미사일에는 기본적으로 관성유도항법장치(INS)가 장착돼 있다. 북한은 INS에 의한 항법 오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 러시아 글라노스(GLANOSS)를 활용한 위성항법장치를 활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글라노스는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유사한 러시아판 위성항법 체계다. 북한은 당초 설정한 비행 궤적을 따라 SLBM이 제대로 비행했는지를 분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은 예상 궤적과 실제 비행 항로가 얼마나 일치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추진로켓과 탄두가 제대로 분리됐는지도 신호 정보를 통해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 분리와 위성항법 유도체계는 그다지 어려운 기술이 아니어서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 재진입 탄두의 명중도=북한이 발사한 SLBM 꽁무니에는 8개의 격자형 꼬리날개인 그리드 핀이 부착돼 있다. 그리드 핀은 비행의 안정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마하 10 이상 빠른 속도의 미사일에 대한 방향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명중도에서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명중도인 원공산오차(CEP)가 기존 1.3∼2㎞에서 다소 개선은 됐겠지만 미사일 선진국처럼 100m 이내로 좁히지는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SLBM에 그리드 핀을 부착한 것은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실패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북한은 SLBM과 유사한 무수단 미사일을 올 들어 다섯 번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 원인은 미사일의 방향을 잡기 위해 꽁무니 등에서 분사되는 가스 분출력의 균형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여섯 번째 시험발사에선 소련에서 1960∼70년대에 사용했던 그리드 핀을 장착해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SLBM 시험발사에도 그리드 핀이 성공 요인 중 하나다. 그리드 핀을 장착한 미사일은 명중도가 떨어지지만 핵이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탄두에 탑재할 경우엔 그 가공할 위력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전 요구에 완전한 도달과 실전 배치=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대성공이라고 발표했지만 설계대로 완벽한 성능을 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 SLBM의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돌입했을 때 탄두 꼭지의 온도는 섭씨 4000∼5000도까지 올라간다. 탄두의 모양이 뾰족한 점을 감안할 때 탄두 꼭지가 고온과 공기 압력에 깎였을 가능성이 크다. 탄두가 뾰족하면 고온을 분산시키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탄두 속에 폭약 등이 있다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아직 핵무기 소형화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네 차례 핵실험은 폭발 규모가 5kt(1kt=TNT 1000t의 폭발량) 이하로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핵탄두를 1t 이하로 소형화하기 위해선 앞으로 한두 차례의 핵실험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SLBM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해야 비로소 본격적인 전략무기로 실전 배치할 수 있다. 핵탄두 없는 SLBM은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기 체계는 90% 이상 신뢰도를 가져야만 본격 생산을 통해 실전 배치에 들어간다.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시할 경우 북한은 검증이 미흡하더라도 실전 배치를 감행할 수도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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