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무방비…가내 수공업체|의류공장불 8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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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택가의 가내 수공업공장이 화재에 무방비다.
불이 잘 나고 났다하면 별것 아닌 불에 뜻밖의 인명피해가 난다.
21일 새벽 서울 신당동 제품공장의 불도 8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로 커졌다.
이처럼 불에 약한 가내 수공업 공장은 서울시내에 4천8백12개에 이르며 소방법이나 환경보전법 등 적용을 받지 않아 소방시설이 거의 안된 상태에서 전기나 기름 등 불낼 재료와 옷감 원료 등 탈재료를 많이 쓰거나 쌓아둔채 종업원들의 부주의나 방심까지 겹쳐 대형참사를 빚는다.
더욱이 대부분 숙식을 함께 하는 종업원숙소는 비좁고 비상구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불이나면 꼼짝없이 희생당하기 일쑤다.
소방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지난해 4백65건의 소규 모 공장화재(전체화재의14.5%) 가 났는데 올 들어서도 4월말까지 1백82건 (전체화재의 13%) 이 발생했다.
지난11일 상오10시20분쯤 서울우이동 215 전자부품용 코일체조업체인 일청기업 (사장윤중식 37) 공장에서 불이나 기숙사에서 잠자던 김정희씨(23·여)등 종업원 4명 이불에 타 숨겼다.
이들은 6평넓이의 기숙사에서 자다 코일 등이 타는 유독가스에 질식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또 12일 하오 6시45분쯤 서울미아8동754의124 테니스라겟 제조업체인 기훈스포츠 (대표 유판기 ·44) 공강에서 LP가스통이 폭발, 불이나 작업중이던 김승모군(19)이 불에타 숨지고 한일섭씨(21) 등 종업원 4명이 중화상올 입었다.
2l일 상오2시20분쯤 서울 신당1동 393의29 가내의류공강 (주인 하재식 36)에서 불이 나 2층 목조건물이 무너져내러 잠자고있던 하씨의 아배지 하갑윤씨 (79) 등 가족3명과 오옥자양(21) 등 종업원 5명이 불에 타거나 건물더미에 깔려 숨지고 여 종업원 금승희양 (15) 이 중화상을 입었다.
불은 1층 공장 30평과 2층 8평등 건물내부 30평과 미싱 원단 등을 태워 1천5백여만원 (경찰추산) 의 재산피해를 내고 4O분만에 꺼졌다.
작은 규모의 불에 이처럼 인명피해가 큰 것은 1층 종업원방 창문에 방범용 쇠창살이 설치돼있어 종업원들이 불길을 피하지 못한데다 목조건물이 떠받치고 있더 2층 8평까지 슬라브코. 그리트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불이 났을때 1층 공강안의 종업원방에는 남녀종업원6명씩과 2층 살림집에 하씨가족 6명 등 모두 18명이 잠자고 있었는데 주인 하씨부부등은 재빨리 대피했으나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오양등은 연기에 질식,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내려 변을 당했다.
숨진 종업원 김천석군(17)은 1층 남자 종업원방에서 갑자다 재빨리 밖으로 피했으나 옆방에서 잠자던 여동생 김승희양을 구하러 다시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종업원 박윤순양 (21)에 따르면 2O일 하오9시쯤 일을 끝내고 0시쫌 동료 여종업원 5명과 함께 잠이 들있다가 잠결에 『불이야』 하는 고함소리에 눈을 떠보니 방안에 연기가 가득차 1층 공장을 통해 재빨리 피했는데 곧이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
불이 난 건물은 원래 1층 목조건물이었으나 3년전 건물외벽에 큰크리트를 쌓고 2층을 8평규모의 슬라브 건물로 개조, 2층은 주인 하씨의 살림집으로,1층은 공장으로 사용해왔다.
사망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하갑윤 ▲장녀 하정간(10) ▲ 조카딸 박명희(25) ▲ 종업원 오옥자 ▲동 이연희 (21· 여) ▲동 이재금(19· 여) ▲동 이상심(18· 여) ▲동 김천석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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