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설비투자의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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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분기의 경제실적을 보면 우리 경제가 지난 2년간의 침체와 굴곡을 겨우 벗어나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우선 실질 성장률이 거의 10%에 육박한 점, 그 같은 성장이 비교적 안정된 물가와 국제수지 개선을 함께 동반했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분기의 실적 가운데서 특기될만한 것은 제조업의 괄목할 만한 신장이 성장을 주도했고 계속 저조를 벗어나지 못했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다. 이 같은 성장내용은 매우 바람직한 것일 뿐 아니라 향후의 성장지속을 보장하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어 주목 할만 하다.
1·4분기의 경제 추세를 잘 조정하고 보완한다면 올해 국내경제는 비교적 착실한 견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견실한 성장은 물론 원유가와 달러하락, 그리고 국제금리의 약세화에 결정적으로 힘입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물가와 국제수지에서는 3저의 기여가 절대적일 만큼 컸었다.
설비투자의 현저한 회복도 이 같은 3저의 낙관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겠지만 그 보다는 정책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책들이 시의를 맞춘 결과이기도 하다.
1·4분기 성장의 내역에서 볼 때 계절요인에 따른 농림·어업부문의 높은 성장을 제외하면 제조업 신장이 괄목할 만하고 건설·가스·전기부문은 상대적으로 처지고 있다.
이는 지난 2년의 추세가 역전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서비스부문은 과잉 공급된 시중 유동성까지 가세하여 9.9%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향후 경제운용에서 신중히 대응해야할 측면이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투자지표의 변모에 있다. 우선 기계설비투자가 전년동기의 9.2%에서 이번 분기에는 21·4%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총 고정투자율도 지난해의 두배 가까운 10%를 기록함으로써 오랜 부진을 씻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과감한 설비자금 공급과 경기회복에의 기대감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비투자의 회복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을 주도하려면 몇 가지 점에서 투자의 질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적 공급확대 못지 않게 투자의 생산적 선별과 금리조건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
투자의 선별이 소홀해지면 과잉유동성이 비생산적 투자로 흘러가게 만들어 견실한 성장이 어렵게 된다. 후자의 금리문제는 국내 금리가 경직화될 경우 외자도입이 늘어나 국제수지와 국내 통화관리에 어려움을 제기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활발한 민간투자의 회복이 자본재 수입을 급증시키고 있는 점이다. 분기 중 국산자본재 공급은 14%증가한데 비해 해외자본재 수입은 37%나 늘어남으로써 국제수지, 특히 대일 수지를 크게 잠식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국산화 대체와 수입선 전환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수출산업 중심의 경기회복이 내수와의 불균형을 확대하지 않도록 산업간 균형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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