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체취』절제된 연출이 돋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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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TV와 MBC-TV는 지난주 각각 7∼5편의 불탄일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올해 불탄일 특집중에는 양TV사가 야심적으로 제작한 1백20분물 대형특집프로그램이 1개씩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MBC-TV가 16일 밤 방영한 불탄일 특집다큐멘터리『님의 체취』는 생명의 근원인 물의 신성함과 이를 중시하는 불교사상을 범신론적 메시지에 담아 전달해준 수준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다큐멘터리『님의 체취』는 「어느 곳이건 한강 물줄기를 따라가면 절이 있다」는 신비적 모티브로 출발, 여주 신늑사, 오대산 상원사·월정사, 설악산 백담사, 오봉산 청평사, 남양주 수종사등을 순례하는 영상기항 포매트를 취함으로써 주제 소화력이 큰 형식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같은 신비적 모티브들은 방생법회·바루공양등의 불교의식과 옛 왕들에 얽힌 사실적 고증등 다소 산만한 나열식 영상을 통해 「물-생명-흐름-역사」라는 가신적 메시지로 구체화되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 모태로서의 불교와 상징적 모태로서의 한강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었다.
「물=사상의 정화」,「불교사상=정신의 정화」라는 2개 테마를 축으로 끌어간 『님의 체취』는 특히 종래의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극형식을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했다. 즉 신늑사에서부터 고조되기 시작한 영상의 기운이 한용운이 수행했다는 백담사에 이르렀을때 시 『님의 침묵』을 기점으로 절정을 이룬 후 수종사로 내려오면서「잠든 씨앗의 움직이지 않는 세계」로 천천히 잦아드는 원숙한 연출효과가 그것.
또 이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한 것은 촬영술과 내레이션이었다. 산사아래로 낮게 깔리는 신비로운 안개, 불상의 얼굴과 오버래프되어 일렁이는 물그림자등은 탁월한 영상미를 구축하고 있었고 부드러우면서 무게를 지닌 내레이션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영상들을 적절히 그러쥐는 역할을 수행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다큐멘터리의 구심점은「한강의 해 특별기획」이라는 정책적 제작의도를 최대한 배제한 연출가의 절제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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