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위조지폐 "비상"|금능서 만원짜리 천6백장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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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17일 하오5시쯤 경북금능군증산면 부정리 459 김안수씨 (45·농업)가 소12마리를 팔고 30대 초반의 남자로부터 받은 현금 1천6백만원 (1만원권1천6백장)이 위조지폐로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김씨로부터 사들인 소 12마리를 이날 하오6시쯤 축산업자 윤주섭씨 (31·칠곡군왜관읍금남2동557)에게 팔고 현금 4백34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위페는 펜과 붓으로 번호가 다른 1만원권 2장을 그려 도안한 뒤 색을 입혀 모조지에 오프세트로 대량 인쇄한 것으로 진짜 1만원권과 비교하면 세종대왕의 얼굴등이 달라 쉽게 식별이 되지만 어두운 곳에서 한장만을 놓고 볼 때는 식별이 어렵다.
경찰은『지금까지 발견된 위폐중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것』이라는 조폐공사측의 통보에 따라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위폐를 사용한 범인의 몽타지 10만장을 제작, 전국에 배포하는 한편 1백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인쇄소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펴고 있다.
◇범행준비=범인은 지난15일 정오 김씨집에 찾아와 『대구시에 있는 통조림제조공장인 조양상사폐수부장인데 폐수를 잘못 처리해 인근 목장소 8마리가 죽어 피해보상책으로 소를 구입하러 다니고 있다』며 접근, 이튿날 금천역에서 김씨를 만나 남산동K여관에 함께 투숙, 007가방에든 위폐 1천6백만원을 보여주며 소구입의사를 믿게 했다.
범인은 17일 상오10시쯤 왜관으로가 성주우시장에서 알게된 윤씨에게 전화를 걸어『소를 팔겠으니 트럭을 가져오라』고 유인, 윤씨의 경북8라1700호 2·5t 타이탄트럭을 타고 금능군 김씨 집으로 갔다
◇위폐사용=범인은 김씨집 근처에서 윤씨를 기다리게 한 뒤 김씨에게 가 생후 1년정도의 수소9마리·암소3마리등 12마리(싯가6백50만원)를 8백만원에 계약, 『사장이 와소값을 치르고 나머지 돈을 찾아갈것』이라며 위폐 1천6백만원이 든 007가방을 맡기고 소를 싣고 윤씨를 태워 달아났다.
범인은 15km쯤 떨어진 금능군지례면상부리 기사식당앞에 이르러 윤씨에게 『죽은아버지가 위탁, 사육시킨 소』라고 속이고 4백34만원에 소를 팔아넘긴 뒤 현금을 챙겨 달아났다.
◇신고=김씨는 하오8시가 되도록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수상히 여겨 가방을 뜯고 위조지폐임을 확인, 금천경찰서 증산지서에 하오9시쯤 신고했다.
◇위폐=번호가「0678691가나사」「1749714다사다」등 2종류로 각각8백60장과 7백40장. 얼핏 보기엔 식별이 힘들지만 자세히 보면 진짜보다 녹색이 짙고 조잡하며 「세종대왕1397∼1450」 「경회루」 「한국조폐공사제조」라는 작은 글씨가 없다.
◇수사=경찰은 이 사건이46년 남노당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이후 가장 큰 위폐사건으로 보고 전국경찰이 공조수사체제로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범인은 30대로 키1백78cm가량의 후리후리한 몸매. 금테 안경을 쓴 갸름한 얼굴. 서울말이 섞인 경상도 말씨였으며 짙은 회색의 파커형 점퍼, 감색와이셔츠에 회색줄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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