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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의 청산…아르헨 법원, 군부독재 관련자 종신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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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법원이 40년 전에 반체제인사를 납치하고 고문하는 등 반인권범죄를 저지른 군부독재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비밀감옥 책임자 등 37명 중형 선고
'76년 경제위기 닥치자 군사 쿠데타
반체제 인사·시민 등 수만 명 실종
'87년 독재 종식 이후 대대적 진상규명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연방법원은 군부독재 시기에 반인권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루시아노 벤하민 메넨데스 예비역 장군 등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메넨데스 등 28명에게는 종신형을, 9명에게는 최대 21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일명 '진주 재판'으로 불린 이 소송은 4년에 걸쳐 진행됐다.

관련 희생자만 700명에 이른다.

메넨데스는 1976년부터 2개의 비밀감옥을 관리하는 책임자였다. 그가 책임자로 있던 2년 동안 감옥 내에서 600건의 고문과 300건의 살인, 282건의 실종, 260건의 납치ㆍ불법구금이 이뤄졌다.

희생자 가족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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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아르헨티나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쥔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장군(가운데)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75년 석유파동 직후 경제파탄과 사회불안이 고조되던 중 이듬해에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장군이 주도한 쿠데타로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군사독재에 항거한 반체제인사 등 3000여 명이 재판 없이 사형에 처해졌고, 수만 명의 시민이 실종되거나 비밀리에 살해됐다.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는 1987년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막을 내렸다. 새로 취임한 알폰신 대통령은 '실종자 진상조사 국가위원회'를 설치하고 군부독재 시기의 실종자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벌였다.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보고서는 5만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이는 『눈카 마스(Nunca M?s, 더 이상은 안 돼)』라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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