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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주재 기자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방 주재 기자 문제가 최근 정계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방 주재 기자」란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사의 기자들이 지방에 머물며 취재 활동을 벌이는 경우를 말한다. 거꾸로 지방에서 발간되는 신문사 기자들도 서울에 주재하며 취재 활동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주재 기자 제도는 80년11월 언론 통폐합 조치와 병행해 당국이 지방 주재 기자의 병폐를 일소한다는 취지에 따라 언론사가 스스로 철수시키는 형식으로 폐지됐었다.
이 조치 후 각 언론사는 서울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뉴스를 1개 통신사에 의존해야 했고 이따금 기동 취재반을 편성, 전국을 순회하며 제한된 취재 활동을 하거나 지방에서 큰 사건이 돌발할 때 임시 취재반을 보내 기사를 보냈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뉴스 취재와 공급은 신문 제작의 갖가지 어려움은 제쳐놓고서라도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치 못한, 이른바 언론의 사명을 구조적으로 다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수해야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지방 뉴스는 어디까지나 통신사의 시각과 가치 평가에만 의존해 「규격성」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뉴스 원을 원천에서 제한 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신문 제작자들이 배타적 기사에만 매달리는 고충은 말할 것도 없고 독자들 편에서도 「알 권리」를 충족하지 못하는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 사상에 가장 대표적인 오보로 기록되어 있는 「바둑이 사건」 (82년11월2일)만 해도 지방 주재 기자의 부재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난센스였던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전국이 반나절 또는 1일 생활권화한 오늘날에 좁디좁은 나라에서 시시각각 지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인구의 80%를 점하는 서울 밖의 국민들의 호소나 목소리가 무언지를 취재하는 기자가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온당치 못하다.
더구나 언론사 「자율」로 묶어 놓은 일을 「자율」로 풀지 못하는 논리를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것이 무슨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닐진대 정당성이나 적법성·보편 타당성도 지니지 못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도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론 각사가 보도에 충실하려고 자비 부담으로 사원인 기자를 파견하겠다는 것을 규제한다는 것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지방 기자의 지방에서의 비리와 적폐가 극심하다면 형법으로 엄하게 다스리면 그만일테고 자체 숙정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정화할 수 있다.
지방 주재 기자 철수 후 각급 지방 행정 기관의 행정 독주와 비리가 더욱 심해졌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 기능의 부재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언론의 원초적인 거창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지방 주재 기자 제도만이라도 부활할 것을 바라며 이것이 정부가 준비중인 지방 자치제 실시 취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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