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로 2분기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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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행권 대출을 옥죄자 비은행권 대출액이 확 늘었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분기 말 대비 32조9000억원(2.8%)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38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이 중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4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에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도 4조9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역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는 지난해 1년 증가액(4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 5월부터 은행권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금융소비자가 2금융권으로 몰려,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모니터링 결과, (은행의)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은행 쪽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비은행 쪽으로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1분기에 5조6000억원에 그쳤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분기에 17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 역시 주택담보대출이었다. 1분기 만에 13조원이 늘어났다. 이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거래량과 집단대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상반기 매매 거래량이 예년 수준이고, 집단 대출이 기본적으로 2~3년 정도 이어지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분양 시장 호조로 인해 발생한 집단대출에 대한 중도금 상환과 잔금 등이 남아있어 주택담보대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같은 여파가 2~3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의 신용 대출도 늘었다. 은행권의 기타대출은 1분기 새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팀장은 “은행 기타 대출의 절반이 신용대출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 고객이 신용대출 쪽으로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할부 등의 판매신용(65조9000억원)도 전분기 대비 7000억원(1.1%) 증가했다. 6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기 이전에 카드 사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 잠재력을 악화시키는 한편 금리 상승이나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경우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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