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10호 태풍, 한반도엔 영향 안 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계속된 폭염으로 서남해안 바닷물 온도가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연안 양식장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조와 바닷물 이상고온 현상을 해결해줄 '효자 태풍'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도쿄 남동쪽 해역서 발생, 남서진 중
오키나와 부근 머물다 28일께 북동진
기압배치 탓 태풍들 일본으로 몰려

이런 가운데 한반도로 접근 여부가 주목됐던 제10호 태풍 '라이온록(LIONROCK)'이 한반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기상청이 24일 내놓았다.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봉우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남동쪽 약 400㎞, 북위 33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이례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끌었다. 우선 일반적으로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북위 20도 부근)보다는 훨씬 북쪽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이 해역에서 태풍이 일반적으로 남서→북동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과는 반대로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동했다.

24일 오전 현재 태풍 라이언록은 일본 오키나와 동쪽 520㎞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간당 22㎞ 속도로 남남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35m(시속 126㎞)의 강한 소형 태풍이다.

이 태풍은 28일까지는 시속 3~4㎞ 속도로 오키나와 동쪽 해상에서 머물면서 세력을 키울 것으로 국가태풍센터에서는 예보하고 있다.

현재 오키나와 주변, 그리고 제주도 남쪽 해역은 표층 바닷물 온도가 31도에 이르는 등 예년보다 2~3도 이상 높은 편이다.

태풍 라이언록은 이 해역을 맴돌면서 28일에는 중심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에 이르는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하겠고, 이후 북동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가태풍센터 외에도 일본 기상청,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 등에서도 유사한 진로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제9호 태풍 '민들레'로 인해 도쿄도와 지바현 등에서 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일본 수도권지역에 또 한 차례 태풍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7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태풍 라이언록을 제외하고도 6개의 태풍이 일본 열도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나 한반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이들 태풍은 2호 루핏(7월24일 발생, 7월 25일 소멸), 5호 오마이스(8월4~10일), 6호 꼰선(8월 9~15일), 7호 찬투(8월 14~17일), 9호 민들레(8월 19~23일), 11호 곤파스(8월 20~21일)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동쪽에서 강한 세력으로 버티고 있고, 중국 대륙에 중심을 둔 또 다른 고기압 세력이 한반도까지 확장한 상태"라며 "두 고기압 사이의 골짜기에 해당하는 곳이 일본 남동부 해역이고, 태풍들이 이곳에서 발달하거나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8월 내내 한반도에 극심한 폭염을 갖고 왔던 현재의 기압 배치 탓에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하지 않고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태풍이 한반도로 진출하려면 중국 대륙에 위치한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고,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서쪽으로 좀 더 확장하는 형태의 기압 배치가 돼야 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