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조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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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일상오10시 서울 성북 경찰서 앞뜰.
고대 야간시위진압중 학생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숨진 이호영 상경의 장례식.
오열하는 홀어머니의 몸부림에 식장은 더욱 숙연했다. 조문객들의 표정은 뉘라할것없이 침통하게 굳어 있었다.
그중에도 내빈석앞자리의 한청년이 눈에 띄었다. 제복과 예복틈에 유독 점퍼차림이어서 더욱 그랬다. 고려대 총학생회 부회장 민귀식군(22·경제학과4년).
민군은 장례식이 시작되기전 성북서 직원을 통해 총학생회측이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만나면 참을수 없을것 같다』는 유족들의 반응 때문에 정식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를 대표해 민군은 「초대받지 않은 조문객」으로 이날 식장을 찾아온 것이다.
40여분간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민군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향조차 못하고 식장을 나선 민군은 유족대신 경찰서장을 만났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남서장은 침묵했다.
식장에서 학교로 돌아온 민군은 『화염병 투척이나 투석은 제도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으나 한 죽음 앞에서는 역시 죽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며 『투쟁방법을 달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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