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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완벽한 시공 관리에 달렸다|국내것은 안전한가…소 사고 계기로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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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자력발전소는 과연 안전한 것인가.
지난달 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는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각국에서는 대대적인 안전점검은 물론 반핵운동까지 일어날 전망이다.
9기의 발전용 원자로가운데 4기를 상업발전중에 있는 우리나라도 이번 소련의 핵사고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원전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게 일반적인 정론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들간에 핵에 대한 관심이나 간섭이 별로 많지 않으므로 건설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당국의 책임이 한층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 원자력발전의 현황과 안전성을 원점에서부터 재점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원전의 현황>
세계적으로 가동중인 30만㎾이상의 원자력발전소는 85년말 26개국에서 3백51기가 있으며 건설중인 것도 1백76기에 이른다.
발전량은 세계 총발전량의 15%를 차지하며 점점 원자력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특히 프랑스는 총발전량의 58.7%, 벨기에는 50.8%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리1·2·5(4호기는 없음)호기와 월성3호기 등 4기가 상업가동하고 있고 연내에 고리6호기와 영광7호기가 발전에 들어간다.
또 영광8호기가 87년3월, 울진9호기가 88년9월, 울진10호기가 89년9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10호기까지 9기의 원전이 가동하면 현재 전체 발전량중 원자력 21.9%가 37.2%로 높아진다. 가동률은 70∼95%로 세계최고수준.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종류를 보면 80%이상이 가압경수로형(PWR)이며 나머지가 비등경수로(BWR)나 캐나다의 캔두형이다.
PWR의 특징은 가열기관이 1, 2차로 구분되어있다는 점이다.
1차 계통은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는 장치로 뜨거워진 냉각수가 돌아나와 증기발생기의 물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1차 계통의 열에 의해 발생한 증기가 발전터빈을 돌리는데 이 장치가 2차 계통이다. 따라서 1차 계통과 2차 계통을 순환하는 물이 달라 오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캔두형은 PWR와 비슷한 구조이나 냉각재로 중수를 쓰는 것이 다르다. 중수란 중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물로 중수는 천연물속에 0.015%정도 함유돼있다.
중수는 원자핵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거의 흡수하지 않아 천연우라늄에서도 연쇄반응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캔두형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쓰고있다.
한편 이번 사고가 난 소련의 원자력발전소는 비등 경수로 가운데 2천톤의 흑연을 원자로 제어용의 감속재로 쓰는 LGR란 원자로다.
비등형은 원자로에서 나온 고온의 증기가 직접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게 되어있어 방사능 물질의 누출가능성이 더욱 높다.
또 감속재로 흑연을 쓰면 원자로의 부피가 커져 이를 격납용기로 덮을 경우 막대한 경비가 드는데 소련이 격납용기를 설치 안한 것도 전체의 10∼15%에 달하는 격납용기 공사비를 절감하자는 속셈에서다.

<드라마일 원전사고>
소련핵발전소 사고가 나기전 최대의 사고는 1978년3월28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드리마일 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능 누출사고였다.
이때 반경 8㎞내의 주민 20여만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처음 사고는 원자로쪽이 아닌 발전계통의 기계가 고장났었다. 여기에「인간적인 실수」가 겹쳐 원자로 내부(노심)의 온도가 상승, 20%가량의 핵연료가 녹는「멜트다운」현상이 일어났고 동시에 방사능을 띤 수증기가 대기중으로 누출돼 한때 핵공포가 이지역을 휩쓸었다.
그러나 격납용기 덕분에 최악의 위기는 넘겨 사망자는 없었다. 사고후 제기된 문제는 고도의 기술훈련을 받은 원자력 운전원이라도 긴장도가 높은 비상사태에서 아주 복잡한 계기를 계속 다루다보면 결정적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드리마일 사고로 세계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에 대한 호된 비판을 받아 새로운 규제와 안전장치가 보강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의 안전성>
핵사고는 언제어디서 불쑥 사고가 날지 알수 없는 만큼 우리나라도 사고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있다.
대부분의 규제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핵규제위원회(NRC)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NRC규제는 격납용기의 경우 팬텀기가 45도 각도에서 최고속으로 떨어지거나 점보747이 7천m상공에서 수직으로 추락했을 때도 용기가 깨어지지 않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내진설계도 보통의 건물(진도 약5도) 과는 달리 과거의 모든 지진을 조사해 발생가능할 지진보다 높게(7∼8도) 잡고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의 기술담당 장기진씨(59)는『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운전장치는 운전원이 중요한 실수를 할 경우 기계가 이에 따르지 않는 풀세이프(fool safe) 장치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람과 기계가 하는 일이므로 언제까지 1백%의 안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람은 건강·심리상태에 따라 실수를 할수 도 있고, 기계나 시설도 질이 나쁘거나 너무 「경제성」만을 내세우면「안전」이 뒤로 밀리게 돼「만일」의 사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78∼85년 사이 1백22건의 원자로발전정지사고가 일어났다. 발전정지가 모두발전소 사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이상이 있었음에는 틀림없다.
1백22건 가운데 기기고장이 93건으로 76.2%, 오조작이 16.4%(20건), 나머지는「기타」였다.
기기계통 결함의 80% 이상은 터빈쪽이었다. 터빈쪽의 문제라도 드리마일 사고처럼 잘못하면 역으로 원자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결코 경시할 수는 없다. 특히 최초로 도입된고리1호기는 다른 원자로에 비해 안전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호기는 지난해에도 2번이나 증기발생기의 튜브가 손상을 입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품의 질이 비교적 낮다는 것. 83년에는 핵연료의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1호기는 건설기간중 2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어 공급가격을 놓고 문제가 발생한데다 터빈발전을 맡은 영국은 그 당시 심한 파업에 시달려 완벽한 설비를 시설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2호기는 85년8월 제어봉이 11차례나 원자로 바닥으로 떨어져 발전소가 긴급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도 국내외 기술진은 이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국내원전의 주요사고는-
▲79년3월26일 고리1호기의 1차 냉각펌프의 피복에 금이 가 방사능 물질이 격납용기 안으로 누출됐다. 이 사고로 발전이 1주일간 중단됐다.
▲84년11월25일 월성3호기의 정기안전점검도중 점검원들의 조작 미숙으로 전기합선이 일어나 퓨즈가 끊어지면서 원자로 내부의 중수24t이 빠져나갔다. 이때 안전밸브2개가 모두 열려 2중 안전장치가 제구실을 못했다. 다행히 공기중으로 방사능이 누출되지는 않았다.
한편 82년 세계은행의 용역을 받아 한국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분석한 미「셀러먼·레비」씨가『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공정을 맞추는 것이 안전성확보보다 우선됐다』며『충분한 안전요원이 확보돼있지 못하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레비」보고서는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현재 위험하다는 측면보다는 안전에 대한「인식」과「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과학기술원 장순흥박사(핵공학)는『세계핵사고의 60%는 엄밀히 따지면 인간적인 실수에 의한 것』이라며『이것은 우리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장박사는『이에대한 대책으로 컴퓨터에 의한 운전보조시스팀과 다중 안전장치가 설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안전규제」가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건설계획에 차질을 준다는 생각이다. 즉 돈이 우선하는 발상이다.
원자력발전에 있어서 만큼은 공기단축, 가동률 최고가 반드시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것을 원전관계자들은 명심해야한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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