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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엔화지원 호소묵살-코너에 몰린 나까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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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서방 7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기에 앞서 지난 3일 열린「레이건」미대통령과「나까소네」 일본수상간의 2국간 회담에서 잠시 엔-달러화 환율 논쟁이 벌어졌으며「레이건」대통령이 급속히 강세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엔화 시세가 안정되어야 한다는「나까소네」수상의 주장을 묵살해 일본정부가 근경에 처해있다.
이날 회담에서「레이건」대통령은『엔화 강세가 일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하고 서두를 꺼내고 『환율조정변화가 대외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 대국적으로 보아 엔화강세가 무역 불 균형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레이건」대통령은 따라서 미국이 적어도 당분간은 엔화강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협조 개입 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나까소네」수상은 『지난 6개월간 엔화의 대미달러 화 환율이 40%나 올라 경제계에 막심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호소하고 『더 이상 특정 수치를 거론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레이건」대통령은 한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곧 있을 경제구조 조정협의에 기대를 건다』고 간단하게 말한 뒤 일본의 시장개방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어느 일본기자는 「나까소네」수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회담이 시작되기 전 그는 평상심으로 정상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장을 나온 그는 몹시 피곤해 있었으며 다리에 힘이 없어 보였다』
회담이 끝난 후 미 고위당국자는 오꾸라호텔에서 가진 배경설명에서「레이건」대통령은 전반적인 환율조정이 무역 불균형 시정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말 한데 대해「나까소네」수상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레이건」대통령과의 환율협상에 실패한 「나까소네」수상을 둘러싸고 일 정계와 경제계가 낙심천만, 그에게 강도 높은 책임추궁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있었던 「레이건」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시정 움직임이 없는 한 외환시장에서 엔화시세를 강세 목으로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심히 우려하고 있다.
「나까소네」수상은 「다께시따」 대장상을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미국에 보내 「레이건」대통령과 「베이커」재무장관을 만나 환율정책에 유연한 자세를 취해주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동경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그만「돌변」한데 대해 아연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엔화시세가 달러 당 1백60엔 대를 넘어서 1백50엔 대를 맴돌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이 미일관계 긴밀화에 공헌해 온 「나까소네」수상에게 그의 「엔화시세 안정」호소마저 초연해야 할만큼 미국사정이 긴박한 것인가. 리비아의 국제테러에 침묵을 지켜왔던 「나까소네」수상은 서방7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틀 전에야 미국의 대 리비아 폭격에「동정의 염」을 갖는다고 발표, 미국 측 입장을 강화시키는 모험을 단행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엔화안정을 위한 미 측의 협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미행정부나 의회인사의 상당수는 미일경제마찰을 해소하는 유일한 보증이 엔화강세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는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레이건」행정부는 의회 및 산업계의 압력에 굴복, 「나까소네」수상의 기대를 져버릴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보호주의법안들은 「레이건」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레이건」대통령도 다급하다.
미 측의 강경 자세가 풀리지 않는 한 「나까소네」수상은 계속 핀치에 몰려 난국타개가 힘들지도 모른다.
이미 자민당 안에서도 「나까소네」수상이 화려한 외교에만 정신이 팔려 환율정책에 있어서는 실질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나까소네」수상은 서방7개국 정상회담이 끝난 후 중의원을 해산, 총선거를 통해 자민당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려는 야심만만한 일정을 짜고 있으나 엔화시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이 같은 계획도 실천이 어려워진다. 엔화강세는 일정치·경제에 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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