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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색각이상자 불편 해소할 사회적 뒷받침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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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만화가 이현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이들은 모두 ‘색각이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색각이상이라고 하면 색맹을 떠올린다. 색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색각이상은 색맹과 색약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세 사람 모두 색약이다.

전문의 칼럼│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김용란 원장

색약과 색맹 모두 시세포의 색소 결핍 때문에 색깔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눈 상태를 말한다.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 색맹과 색약으로 구분한다.

전(全)색맹의 경우는 흑백TV를 보듯 색의 명암 정도만 식별이 가능하다. 반면에 색약은 색을 식별할 순 있지만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보다 특정 색에 대해 약한 감각을 갖는 정도다. 주로 적·녹 색약이 많다. 적색약, 녹색약인 사람 모두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이는 적색과 녹색의 파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가 색각이상이다. 특히 색각이상은 X유전자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남성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국내 색각이상자 중 남성이 94%다. 남성 인구의 6%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하지 않은 색각이상의 경우 채도가 높은 색을 밝은 곳에서 볼 때는 일반적인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 단, 먼 곳에 있는 색이나 채도가 낮은 색을 볼 때는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과거에는 색약만 있어도 전공·직업 선택에서 많은 제한을 받았다. 점차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런 차별은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동시에 색각이상자들이 겪는 불편과 어려움을 적극 해결하려는 사회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색맹·색약자 배려한 신호등 필요
가장 대표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것이 신호등이다. 색약의 경우 색각검사를 통과해 운전면허를 취득해 운전을 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색각이상자 중에 신호등 색 구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신호 오인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특히 신호등이 일반 전등에서 LED전구로 바뀐 뒤 운전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에겐 더 밝게 보이지만 색각이상자의 눈엔 주위 빛이 반사돼 색 구분이 오히려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한밤중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LED 신호등의 빛 번짐 현상이 있어 어려움이 가중된다.

외국의 경우 색각이상자를 배려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는 색각이상 운전자를 위해 각 신호의 모양을 원형, 사각형 등으로 다르게 한 신호등이 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신호등에는 황색등과 적색등을 쉽게 구분하도록 적색등에 강력한 X표시 LED를 포함시켜 색각이상 운전자가 멀리서도 쉽게 적색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색각이상을 가진 사람을 배려해 색채설계를 이용자 관점에서 만든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신호등의 모양을 다르게 하거나 적색등을 쉽게 구분하도록 LED로 다른 모양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김용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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