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주 동경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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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정치인들은 한국내에서도 일본말로 연설하는 경우가 있읍니까?』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정치인들(여·야당및 재야인사)이 일본TV에 나다나 유창한 일본어로 「소신」 을 피력하는 장면을 보았던 어느 일본인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진지하게 물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일본관리는 『서울 택시안에서도 일본어를 쓴다고 시비를 거는 한국인들인데 왜 보스격의 정치인들은 일본TV에 나와서 까지 일본어로 응답하느냐』고 다그쳐물어 한국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동경에서는 1년에도 수십차례씩 한일관계 각종 정치·경제단체의 회합이 열린다. 이들 단체의 한국측 회장단의 대부분은 전직고관및 여당의 주요당직을 지낸 사람들이다.
이중 어떤 분들은 파티석상에서 『일본어가 서툴러 대단히 미안하다』 고 전제하고 기를쓰고 서툰 일본어로 인사말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 일본어 조금 못하는게 그렇게도미안한 일일까.
동경 현지에서 일본인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공식희의에서의 연설이나 인사말마저 「꼭 일본어로 해야하는가」 하는 것은한번 짚고넘어가야할 문제다.
각 정치집단의 리더들이 일본TV와 인터뷰를 하는 시점(방송을 전제로한것) 에서 그는 벌써 개인이 아니다.
그가 일본은 물론이거니와서울에서조차 일본말로 인터뷰에 응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중공을 포함한 과거 일본침략의 피해당사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일본어회견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지도층인사의 일본어남용은 영어사용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일부 집단의 리더들이 현재 대일 대등관계가 성립됐다든가 또는 대일종속을 경계하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는 언어의 불평등 관계에 빠지고 있지않나 생각된다. 일본뉴스미디어 회견이나 연설에도 격식이 필요한것 같다.
격식이 깨지면 『한국사람 별수없다』 고 일본인들은 우리를 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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