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언어를 형상화|김복설·김화숙 성대무용을 보고 이병옥 <무용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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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용가 김복설·김화숙이 우정어린 공연무대용 마련한지도 어언 15년이나 흘렀다. 제는 누가 뭐라해도 둘이는 명콤비 무용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정받는 중견무용수들이 되었다.
호암아트홀(지난26, 27임)에 올려진 이번 무대는 특히 김복설·김화숙현대무용단 창단15주년 기념공연이면서 호암아트 개관1주년기념에다 국제무용주간 기법까지 담겨져 있어. 더욱 뜻깊은 공연으로 주목을 끌었다.
작품 『환』은 파리 국제무용제 참가작으로 황병이곡과 김수악의 구음살풀이를 반주로 하여 새로운 내면언어를 개발하고자 하는 안무의도가 당겨있었다.
그리하여 흥겨운 한국가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엑스터시춤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나대지 않는 차분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하늘에 있는 친구에게』는 일상적인 현재의 도피와 이상세계의 추구를 그린 서기철 시를 주제로 내세운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과 외양, 이상과 현재의 갈등과 혼돈의 세계를 선반위에서의 춤과 바닥에서의 춤으로 대비시킨 작품의 구도는 인상적이있고 주제의 형상화도·확실하여 관객에 주는 메시지도 성공적이었다.
『비나리』는 「비나이다」와 같은 기원의 뜻이 담긴것으로 작년에 대한민국 무용제에 참가하여 김화숙이 연기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춤에 나타내 보이는 표현의 소유보다는 우리가 누구인가? 왜 빌고있는가? 하는 존재의 의미가 강했다. 그리하여 꿈틀거리는 원초적인 몸짓으로 표출되었고 분위기는 비장하였으며 자기극복과 삶의 몸부림으로 점철되었다.
세 작품 모두 이미 올려졌던 작품들 이어서 잘 다듬어져 있었고 특히 무용수 오문자의 열연이 두드러졌으며 의상의 단순화가 인상적이나 작품간의 유사복이 거슬렸다.
그리고 세 작품의 톤이 모두 무거웠다. 그리하여 우리네들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풀어주지 못하여 더욱 우울하고 허탈하기만 했다.
이제는 보다 더 밝은 정서, 환한 웃음을 관객에 주고 봄날 같은 싱그러운 춤도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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