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를 통한 시국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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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숨막힐 듯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정국이 금주를 고비로 해결의 실마리나마 찾을 것도 같은 기미가 보이고 있다. 30일 전두환 대통령 초치로 열리는 3당대표 청와대 회동, 현 시국을 순리로 풀어 나간다는 것을 원칙으로 짜여지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시국 수습안정대책 등은 일단은 국민들을 안도시키는 청신호구실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록 청와대 회동이 전대통령의 유럽 순방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모임이란 성격을 띠고 있고 또 그동안의 청각적 대결 상황에 비추어 당장 극적인 합의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여야의 기본적인 자세를 확인하는 자리는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현 시국을 푸는 유일한 길이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떤 형식으로건 여야가 자리를 같이해서 시국전반을 논의한다는 것은 그런 뜻에서 바람직하며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정국주도의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이 시국에 대한 접근자세가 순리에 바탕하고 있다는 대목에 국민들은 안도한다.
현재의 시국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수습될 수 있다고 여기기에는 너무도 심각하고 중대한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안역한 자세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시국은 걷잡지 못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야간의 헌법논쟁, 사회 각 분야에서 제기된 요구 등을 통해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냐는 것은 대충 부각되었다고 믿는다. 이제 그것을 푸는 방법이 문제가 아닌가한다.
그동안 여야의 대치는 강경일변도였다. 강경이 강경을 부르는 강경의 악 순환 속에서 정국은 경직으로만 치달아왔다. 말하자면 강경한 대응자세는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밀릴 것도 밀 것도 없는 막바지가 아닌가 여겨진다. 아집에만 사로잡혀 버티기만 한다면 공사의 낭떠러지가 있을 뿐이다.
한국문제에 관심있는 미국의 의회 지도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은 것 같다. 최근 미국의 솔라즈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지에의 기고 문에서 한국의 여야에 대화와 타협을 권고하면서 이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김일성에게 남침의 좋은 구실을 주리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이고 미국의 국익에 바탕한 발언이라곤 하지만 현 시국에 대한 적절한 충고로 받아들일만하다. 시야를 넓혀 한반도 주변정세를 고려에 넣는다면 엇비슷한 이해집단끼리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의 극한 대치는 어리석기조차 한 일이다.
「소리 없는 다수」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은 변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변화는 쪽박을 깨면서까지 이룩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이점을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
적절한 때에 열리는 청와대 회동이 시국을 순리로 푸는 시발점이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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