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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개 점포 상인·건물주 ‘행복한 상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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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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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소상공인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해외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의 인기 베이커리 점포인 ‘더블유 스타일(W-style)’의 우경수 대표(현 카페거리 상가번영회장). 그는 지난해 5월 20일을 잊지 못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됐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개업 전날이었다. 프랑스 제과학교(에꼴벨루에) 과정 이수, 서울국제빵·과자경진대회(2013년) 1위 등의 빼어난 이력에도 ‘매출 0원’ 상태가 지속됐다. 당시로선 암담했지만 새로운 메뉴개발과 소셜네트워크(SNS)·전단지 등을 활용한 마케팅 홍보 활동에 집중했다. 같은 해 10월 30일 카페거리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때부터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보정동 카페거리 성공 비결
임차인 어려우면 건물주가 도와
공실 0, 젠트리피케이션도 없어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는 용인시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아 지난달 22일부터 10일간 ‘제1회 아로마 페스티벌’을 열었다. 차와 꽃·디저트·음료를 주제로 한 행사였다. 상인들이 다함께 아이디어를 짜내 150만원 상당의 명품구두를 선물하는 ‘신데렐라를 찾아서’, 아찔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대회’ 등 특색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5600만원의 비용으로 2만여명을 끌어 모았다. 상가 건물주들도 뒷짐을 지지 않고 적극 나섰다. 직접 그림을 그려 기증하거나 포토존·테이블·의자 등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건물주들의 재능기부도 테스티벌 성공에 한 몫했다.

보정동 카페거리가 ‘소상공인 비즈니스 거리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정형화·획일화된 상품과 품목을 탈피한 소상공인들의 차별화 시도, 상가건물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노력, 행정기관인 용인시의 측면 지원이 더해진 결과다.

용인시에 따르면 보정동 카페거리는 2001년 2월 용인 죽전택지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2005년부터 3~4층짜리 상가주택 97개 동이 골목길 3개를 사이에 두고 들어섰다. 지금은 카페·베이커리·레스토랑·패션의류점·서점 등 12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이들 점포들은 개성 있는 상품과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공세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

낮지 않은 수준의 임대료가 형성된 보정동에서 공실률이 제로인 이유 중 하나는 ‘점포가 죽으면 거리(건물주)가 죽는다’는 상생 인식이 자리잡은 덕분이라고 상가번영회 측은 설명한다. 예컨대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상가번영회 측과 건물주 사이에서 월 임대료 50% 감액 논의가 이뤄졌고 일부 건물주는 실행에 옮겼다. 전국의 대다수 특화된 거리가 유명세를 타면 임대료가 폭등해 인기 점포들이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퍼져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보정동 카페거리에는 이런 현상이 없다고 한다. 번영회는 임대료 상한제 도입, 소상공인 임대기간 5년 이상 장기화, 지자체의 행정협력 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관할 자치단체인 용인시는 6억원(도비 3억원 포함)을 들여 지난해 10월 까지 자연친화적인 유럽형 분위기를 내도록 카페거리 가로수를 단장하고 보도를 밝은 색으로 정비했다.

이런 다면적 노력이 알려지면서 보정동 카페거리의 성공 모델은 해외 수출까지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청이 보정동 카페거리를 모델로 한 소상공인 케이타운(K-Town)을 2018년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지역에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숭실대 송창석(경영학부) 교수는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는 보정동 카페거리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없어 소상공인 해외진출 모델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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