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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지 주시면 안돼요?" 추억만들기 나서는 호기심 천국 전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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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에 있는 코끼리 덤보 위에 올라탄 전인지. 호기심이 많은데다 우직한 모습이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과 닮았다고 해서 전인지는 `덤보`란 별명을 얻었다. [사진제공=전인지 인스타그램]

 “그 배지Badge) 저 주시면 안 돼요?”

 17일 리우 바하 다 치주카에 위치한 올림픽 골프 코스 내 연습장.

 여자 골프 개막을 앞두고 샷을 가다듬던 전인지(22·하이트)는 연습을 멈춘 뒤 일본인 기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일본인 기자가 AD카드(출입증)에 달고 있던 배지를 눈여겨본 전인지는 두 손을 내밀어 애원하듯 말했다. 잠시 뒤 일본인 기자가 흔쾌히 건네자 전인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양 활짝 웃었다.

 전인지의 별명은 ‘덤보’다. 어린 시절에는 남의 말을 잘 들어 ‘팔랑귀’라 불렸지만 웃는 모습이 귀엽고 호기심이 많아 덤보란 별명을 얻었다.

 ‘호기심 천국’ 전인지는 뭐든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14일 리우에 입성한 전인지는 다른 선수들과 떨어져 선수촌에 여장을 풀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양희영(27·PNS)·김세영(23·미래에셋) 등은 대한골프협회가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했지만 그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 선수촌을 택했다. 전인지는 “근대5종 선수인 김선우와 같이 숙소를 쓰고 있다. 처음 만난 선수들이 잘 아는 사이처럼 인사해 주는 게 기분 좋다. 선수촌 내 자판기 용품은 모두 무료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전인지는 사흘 만에 벌써 20개가 넘는 배지를 모았다. 선수촌 내에서 마주치는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교환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에게 올림픽은 꿈을 향한 도전의 무대다. “태극마크가 달린 티셔츠를 입은 뒤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내 모습을 쳐다봤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 사전에 물러섬은 없다. 지카, 치안, 동물, 자연의 허들을 하나씩 넘어 금메달의 피니시 라인을 돌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인지는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시즌 초부터 이어진 허리 통증 때문에 8월 초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마친 뒤 잠시 귀국해 치료를 받았다.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리우 입성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었다. 전인지는 “프로 통산 12번의 우승 가운데 샷이 좋았던 적은 두세 번밖에 없었다. 몸 상태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여자 골프 1라운드가 시작되면서 한국 드림팀도 올림픽 모드에 돌입했다. 대한골프협회 숙소에서 머물던 박인비와 김세영은 따로 마련한 숙소로 돌아가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김세영은 “올 시즌 LPGA투어에 출전할 때마다 ‘이 대회가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다. 일반 대회처럼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메달을 딴다면 펜싱 박상영 선수처럼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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