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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제작 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나전칠기의 현재 가구시장 점유율은 10%미만이다. 한국나전칠기 보호육성회 통계에 따르면 나전칠기 제작 및 판매업소는 80년 말 전국 3천 개소 7만여 명이 종사했으나 현재는 3분의1 정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서울 홍성자개 홍기천사장(40)은『진품의 9자 짜리 나전칠기 장농을 하나 짜는데는 모두 30여 공정 60가지의 재료가 동원돼야한다』고 한다.
나전칠기 장농은 나무로 골격(백골)을 짜서 애벌칠을 한 후 자개를 붙여 다시 옻칠을 하고 광을 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제대로 하려면 옻칠을 6∼10번까지 해야한다. 이같이 8개월 이상 걸려 만든 9자 장농은 보통 2천만∼3천만 원을 홋가한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흔히 쓰고있는 나전칠기 장롱들은 15개 공정 20여 가지의 재료로 2개월 정도 걸려 만든 것들이다.
원래 나전칠기의 생명은 나전과 옻칠이다·특히 전복·소라·진주 조개껍질을 가공, 청·홍·황·흑·백의 찬란한 색채를 살리면서 여러 가지 무늬로 갈라붙이는 나전은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한국고유의 공예기술이며 미술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나전보다는 옻칠 중심의 칠기가 발달돼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우선 나전칠기의 주요혈맥인 옻칠에 엉터리가 많다.
제품가를 낮추기 위해 1관에 30만원 하는 옻칠 대신 값이 훨씬 싼 옻과 비슷한 성질의 캐슈(1관에6천∼1만원)를 혼합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육안으론 식별이 어렵다.
근래 아프리카 등의 열대지방 캐슈 나무 열매기름을 화공 조제한 옻 대용품 캐슈만을 칠한 「유사품」이 진짜 옻칠 나전칠기로 둔갑, 전통적인 칠기공예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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