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으로 물에 잠기는 알래스카 섬마을… 집단 이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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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의 시시마레프 주민들이 기후 변화를 피하기 위해 이주할지 여부를 놓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개표 결과 이주가 결정될 경우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한 마을 전체가 집단 이주를 결정하는 첫 기후 난민 사례가 된다. 개표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18일 공개된다.

시시마레프는 북극해 남부 추크치해에 인접한 인구 600명의 작은 섬마을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이 마을의 지반을 이루고 있는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려 가옥 여러 채가 기울거나 무너져 내렸다. 현지 주민 에사우 시녹은 "지난 35년 간 750~900m에 달하는 땅이 해안 침식으로 사라졌다. 향후 20년이면 섬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사냥감과 토착 식물이 줄어들면서 생계의 근간인 수렵·채집도 어려워지고 있다. 적설량이 줄어 스노모빌 사용이 힘들어지고 얇은 얼음 위를 걷다가 얼음이 깨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갈수록 제한되는 이동수단 또한 이들을 위협한다.

미국 정부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알래스카 31개 마을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임박한 위험" 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이중 시시마레프를 포함한 12개 마을은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시시마레프는 2002년에도 주민 투표를 실시해 이주를 결정했지만 비용 문제로 무산됐다. 지난해 미국 내무부는 기후 변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알래스카 원주민 마을에 지원할 보조금 800만 달러(88억원)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시마레프 마을회는 이주 비용에 최소 1억8000만 달러(1970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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