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악 1994년보다 더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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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8월 들어 서울의 평균 기온이 109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서울 지역의 평균 기온은 29.7도로 기록됐다. 1907년 10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던 94년의 같은 기간 평균 기온(29.4도)보다 0.3도 높다.

8월 들어 평균 29.7도, 열대야 14일
NASA “지구촌 7월 역대 최고기온”
화석연료 소비 늘어 기후변화
엘니뇨 잦아드는데도 기온 상승

이달 들어 16일 아침까지 서울에서는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열대야(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가 지속됐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의 폭염이 나타난 날도 12일에 이른다. 94년 8월 1~15일 사이에는 열대야가 13일, 폭염은 10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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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올해, 94년에 이어 높은 기온을 기록했던 해는 2012년(29도)이다. 4위와 5위는 1930년(28.9도)과 1929년·1988년(28.7도)이다. 반면 7월 1일부터 8월 15일 사이 46일간을 따지면 94년(평균 기온 28.8도)이 올해(27.4도)보다 더웠다.

잠시 주춤했던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자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강원 일부 지역의 폭염주의보를 폭염경보로 대치했다. 강원도 양구·평창·홍천·인제군 산간 지역에도 폭염주의보를 다시 내렸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된 뒤 이번 주말부터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는 평년보다 2~3도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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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7월의 세계 평균 기온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NASA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평균 기온은 51~80년 같은 달 평균보다 0.84도 높았다. 이는 NASA가 기온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1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NASA는 최근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평균 기온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주로 30년 단위로 측정·비교한다.

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더운 달은 2011년 7월이었다. 지난달은 이때보다 0.1도 높았다. NASA의 개빈 슈밋 고다드 우주연구센터장은 “7월까지의 기온을 볼 때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확률이 99%”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기온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화석연료 소모로 인한 기후변화와 해수의 이상고온 현상인 엘니뇨를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엘니뇨 현상이 잦아들었음에도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조지아공대 기상학자 킴 코브는 “최근 엘니뇨의 영향력이 사라진 뒤에도 고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NASA와 함께 기후변화를 측정하고 있는 미 해양대기관리국(NOAA)도 최근 15개월간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에선 ‘찜통더위’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허난·광둥성 등 동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8~40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최고 단계의 폭염경보인 ‘고온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매년 50도에 육박하는 중동도 예년에 비해 3~4도가 올라갔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기온이 51도까지 오르며 임시 공휴일이 선포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이유정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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