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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핵가족시대에의 반작용|「가족신문」첫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유명인사도 없이 평범하게 사는 대식구 한가족의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신문은 가족신문 『청송』 창간호. 청송 심씨 안효공파 예산계 24세부터의 기록인 이 신문은 종친회가 아닌 개인 심석일씨(38)가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써서 편집했다. 지금까지 종친회보나 핵가족의 부모와 자녀끼리 만든 소규모의 부정기 가족신문은 상당수 나왔으나 본격적인 가족신문을 개인이 펴낸 예는 없었다..
타블로이드판 16면으로 된『청송』 은 1년에 네 번 발행되는 계간신문으로 계속 나올 예정. 제호 옆에 「높게 바라보자, 넓게 생각하자, 깊게 헤쳐보자」 는 가족 훈을 밝히고있는 이 신문 창간호의 첫 페이지에는 이 신문을 만든 심석일씨 부모와 그의 7남매 가족 사진이 실러 있다. 그 다음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들·딸 부부와 아버지의 자녀 및 손자들의 사진과 얼굴을 실어 심씨 자녀의 입장에서는 고조부모 이후의 가계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셈. 또 「가족들의 오늘」 이란 페이지에는 일가 친척들의 요즘 형편을 자세히 적었다. 「심씨의 뿌리」 라든지, 만화칼럼 「심씨 가문 이야기」「내 고향 예산은 어떤 곳인가」 등으로 조상과 집안의 내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
「그때 그 현장」 이라는 포토저널에서는 심씨 남매들이 태어나고 자란 옛집이라든지, 열 아홉 살 때의 어머니, 보통학교 4년 때의 아버지 학급 사진, 할머니 7순 때의 가족사진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일가 친척들이 펴낸 책 소개가 있는가 하면, 편지글과 시에다 어린이들의 그림, 또 심씨 자신이 쓴 가족콩트까지 있다.
그밖에 격언 모음 난에다 효도를 강조한 「청송가족 캠페인」 이 있는가 하면, 정초의 할머니 말씀을 정리하는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짜여 있다.『지난해 중앙일보가 5백년 뒤의 후세들을 위해 타임캡슐을 묻는 것을 보며 이 신문을 구상했습니다. 사실 족보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나 실릴 뿐이어서 실제 생활·모습은 남길 수 없거든요. 게다가 핵가족화에 따라 명절이나 집안의 경·조사에도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이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만큼 소식이라도 서로 알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신문의 제작· 편집을 도맡다시피 한 심석일씨의 말이다. 심씨는 한국바이엘약품 홍보실에 근무하는데 지난 6개월 동안 이 일에 매달리느라고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서 때론 후회도 했는데 막상 첫 신문을 받아본 일가 친척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여간 뿌듯하지 않다며 싱글벙글. 이 신문을 만들기까지 직접 비용만 70만원 가량 들었는데, 고조 할아버지의 후손인 7백 가구 남짓의 일가 친척 외에도 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주겠다고 말한다 (연락전화 (683)2862) .
이 같은 가족신문의 출현은 극심한 핵가족화 경향에 대한 반작용의 하나로 가족 단란을
도모하고 「뿌리의식」 을 되찾으려는 반가운 현상이라는 반응들. 그러나 고려대 최재석 교수는 『왜곡된 혈연주의는 자칫 사회· 정치질서를 흩뜨릴 수 있고 또 처가·외가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기 십상인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 고 말하기도.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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