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사정과 남-북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북한의 경제가 말이 아닌 모양이다.
85년도 비 86년도 예산세입 증가율은 3·8%에 머물러 지난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이는 75년의 15·7%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의 저 성장이다.
일본의 권위지「일본 경제 신문」은 그 때문에 북한은 장기 경제 계획 준비작업이 늦어지고 생산활동도 심각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경제 상태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경제와 대비 할때 그 격차는 해마다 넓어져 지금은 5·5배로 우리가 우의를 점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곤경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과도한 중앙 통제 관리에 의한 비효율성과 군사비 부담의 과다 성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사회주의의 통제 경영 방식이 자유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 방식에 뒤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동·서 경쟁에서 결론이 나 있다.
더구나 북한의 경우 인구는 우리의 절반밖에 안 되는 데도 89만 명의 젊은 노동력을 현역병으로 징집해 두고 있다. 이것은 우리보다 25만 명이 더 많은 규모다.
또 매년 GNP의 24%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5·6%에 비하면 4배가 넘는 비생산적 지출이다.
이럴 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남북의 경제 협력이다. 이 협력에는 교역을 포함하여 자본·기술의 교류와 자원의 공동개발까지 포함된다.
이미 남북 경제 회담이 시작돼 있으나 그 진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소극적 내지 부정적 접근 태세에 원인이 있다.
우리측은 실현 가능하고 양측에 모두 유리하며 분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북한측에 제시해 놓고 있다.
이 방안에는 북한측의 주장도 광범위 수렴돼 있어 북한이 거부할 아무런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더구나 북한은 중공이나 다른 동구 공산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대외 경제 협력을 의한 새로운 기구의 설치나 합영법의 제정이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가장 유리하고 편리한 상대인 우리와의 경제협력을 주저하고 외면하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같은 분단국가인 독일이 상호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양 독 관계를 발전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뤄 나가고 있음을 보고 있다.
양 독은 관세 없는 하나의 경제권이 되어 가고 있다. 양국 정부는 수시로 경제 각료회담도 열고 있다.
지금의 경제 협력규모는 연1백5억 마르크(약60억 달러)에 이른다. 서독의 대 동독차관·투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남-북한 모두에 좋은 선례이자 교훈이다.
북한이 회담 진전에 제동을 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남북교류에서 우리가 더 큰 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남-북 교류에서 얻는 이익금을 남-북간의 학술교류, 문화재 개발을 포함한 민족의 공동 사업 기금으로 함께 쓰는 문제도 같이 연구해 볼만하다.
북한이 오늘의 경제적 곤경에서 헤어나는 길의 하나는 남-북 관계의 개선에 있음을 확신하며 평양이 조속히 우리의 남-북 대화 재개요청에 응해 오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