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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분기 성장 0.2%…‘링거’ 맞고 겨우 현상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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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경제가 올 2분기에 0.2%(연율) 성장했다. 예상치를 밑돌았다. 무엇보다 공공 투자에 연명하는 일본 경제의 현실이 다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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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문 얼어붙어 예상치 밑돌아
공공투자 덕분에 역성장은 면해
마이너스 금리에 부동산값만 들썩
WSJ “부양 없이 성장 못하는 구조”

일본 내각부는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 1.9%에서 0.2%(예비치)로 낮아졌다”고 15일 발표했다. 예상치는 0.7%였다. 올 1분기와 견줘 2분기 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진 게 눈에 띈다. 하지만 일본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일본은행(BOJ)이 본 잠재성장률은 0.21%다. 내각부는 이보다 조금 높은 0.3%라고 했다. 일본이 1994년 이후 20년 동안 디플레이션과 장기 침체(잃어버린 20년)에 시달린 결과다.

정작 일본 담당 경제 분석가들이 우려하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민간 부문의 활력 저하다. 내각부는 “올 2분기에 기업의 설비와 재고 투자 등이 0.4%(전월 대비) 줄었다”고 발표했다. 애초 예상치는 0.2% 증가였다. 수출과 내수 시장의 불안이 경영자의 투자 의지를 꺾은 셈이다. 실제 올 2분기 수출은 5.9%(연율) 줄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초 시작된 엔화 강세가 수출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소비가 기업 투자 감소를 메워준 것도 아니다. 민간 소비는 올 2분기에 0.2%(전분기 대비)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어 “통계적 오류를 감안하면 소비는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했다. 소비는 일본 성장 기여도에서 60%(미국은 70%)를 차지한다.

눈에 띄는 점은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21.3%(연율)나 급증한 사실이다.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BOJ가 양적 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써가며 푼 돈이 집값을 들썩이게 한 결과로 풀이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90년대 초 거품이 붕괴한 이후 미미하다.

올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은 것은 일본 정부의 공공 투자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초부터 의도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늘렸다. 일본 한 켠에선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인 재정지출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쨌든 아베 총리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은 막았다. 또 참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일본 경제가 정부의 경기 부양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인 게 다시 확인됐다”고 평했다. 현재 일본은 28조 엔(약 280조원)짜리 경기 부양에 나설 참이다. 이달 초 아베 내각이 경기 부양안을 승인했다. 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경기 부양엔 저소득층 1인당 1만5000엔(15만원)을 한 차례 지급하는 계획도 들어 있다. 수출과 기업의 투자가 부진할 때 최대 성장 엔진인 민간 소비를 자극하기 위한 정책이다.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 3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1% 안팎이다. 이후 성장률은 다시 1% 미만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토츠증권의 경제분석가인 다케다 아쓰시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기 부양이 얼마 뒤부터 본격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며 “그렇다고 일본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근원적인 문제는 ‘뾰족한 성장 엔진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일본은 다시 BOJ에 기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담당 경제분석가 다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가 9월에 다시 추가 QE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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