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재정 분권화는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의 재정 분권화 전문가인 로버트 에블(60)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2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바른 재정 분권화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파트너십이 구축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보유세와 각종 수수료는 지방 정부에 이양하고, 세율 결정권을 지자체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동부 유럽의 재정 분권화 계획을 총괄한 바 있는 그는 세계은행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재정 분권화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재정 정책의 권한을 지자체에 분산하는 것이다. 과세권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세율 결정권을 지자체에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들은 사회간접자본.교육.빈곤퇴치 등을 누가 잘 수행하는지 서로 경쟁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각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자체에 과세권이 있어야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재정 분권화가 한국경제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분권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지자체 간 경쟁을 통해서 전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분권화 의지가 강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에선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재산세와 종토세 결정권을 중앙정부로 가져와 세금을 무겁게 매겨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부동산 과열이 세금 정책 때문에 생긴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 상황을 잘 몰라 조심스럽지만, 부동산 보유세는 지방세로 남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 분권화가 지역균형 발전과의 관계는.

"분권화를 하면 지방 간 격차는 더 커지기 쉽다. 부유한 지자체는 효율성이 높아져 더 부유해진다. 이때 빈곤한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여러 가지 형태의 교부금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이상렬.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