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1명 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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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피할 새도 없이 당한 참사였다.
시속 14m의 강풍을 타고 치솟는 불길에 계곡에 갇힌 주민들은 연기 속을 우왕좌왕하다 한데 엉겨 몰사죽음을 당했다.
6일 하오2시30분쯤 경북선산군도개면다곡1동 청화산서 불이 나 산중턱서 사방사업을 하던 다곡1동 등 인근마을주민 45명이 계곡에 갇혀 그중 15명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지는 등 전국에서 모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민들은 아래쪽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치솟아 울라오자 바람을 안은 채 삽과 괭이만으로 불길을 잡아보려다 질식, 사망했다.
◇발생=식목일인 5일과 한식인 6일 연휴,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은 자그마치 1백38건에 피해면적 3천ha. 이틀 새 1백37건 (6입1백4건)의 산불은 작년 한해 산불 39건 발생 임야2백47ha 피해(산림청집계)에 비해 건수에서 4배, 피해면적에서 10배를 넘는 것으로 대부분 등사·성묘 객들의 실화, 어린이 불장난 등으로 일어났다.
불은 연중 가장 건조한 날씨 (습도 35∼50%) 와 때마침 불어 친 초속5∼15m의 강풍을 타고 진화에 손을 쓸 수도 없게 번져 연휴 산야를 불길과 연기로 뒤덮었으며 그중 문경 안동 등 6곳은 7일 상오에야 불길이 잡혔다
가상 피해가 큰 곳은 경북으로 6일 하루에만도 24건이 발생했다.
◇떼죽음 참사=6일하오2시30분쯤 경북선산군도개면다곡1동 뒤 청화산 (해발7백m)서 불이 일어났다.
불은 마을주민 김수종씨(50)가 자신의 사과밭에 번지고 있는 부란병 방제를 하기 위해 유황을 끓이다 불씨가 때마침 몰아친 초속14m의 강풍을 타고 옆 잡초 밭에 떨어지면서 발생, 순시간에 번졌다. 때마침 위쪽계곡에서 마을주민 등 45명의 인부들이 사방사업공사를 하고 있다가 불이 나자 대피하려했으나 2m 높이 소나무와 잡목이 꽉 차 불길이 워낙 거센데다 바람이 아래서 위쪽으로 불어 주민들은 연기에 갇힌 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 숨졌다.
사망자는 다음과 같다.
▲최성환 (62·선산군도개면도개동) ▲김동권 (31·동) ▲김동분 (57·여·동) ▲이점연 (64·여·동) ▲신수덕 (57·여·동) ▲남기용 (55·여·동) ▲손초춘 (55·여·동) ▲김태분 (62·여·동) ▲박정희 (50·여·동) ▲차순남 (62·여·동) ▲홍순분 (63·여·동) ▲한재자 (48·여·동) ▲최대연 (30·금릉군조마면대방동) ▲이상덕 (40·김천시황금동74의2) ▲박대용 (50·금릉군조마면대방동)
선산군은 도개면 사무소에 사고수습대책본부(위원장 박희삼 선산군수)를 설치, 장례·유족보상 등 사후대책을 마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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