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청료 거부」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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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KBS 시청료 시비는 기어이 한 종교단체와 야당에 의해 사회운동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우리는 같은 언론매체의 입장에서 KBS의 운영과 제작에 관해 시비를 걸거나 논평하는 것을 유쾌한 일로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KBS는 엄연히 「공영」방송이고 국민이 내는 세금과 같은 성격을 지닌 시청료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주시하며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논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회의 목탁으로서 독자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KBS에 대한 시청료 시비는 새삼 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며 1980년 12월부터 KBS가 본격 상업광고 방송을 시작하면서 줄곧 시비가 되어왔다.
이제까지 시청료를 시비하는 측의 논리는 시청료만 받든가, 아니면 광고방송을 하지말든가 하는 양자택일론 이었다.
TV 시청료는 벌써 1963년부터 징수해 왔지만 그동안 광고방송이 범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대로 시청료에 대한 지향은 적었던 셈이다.
문제는 시청료도 받고 광고도 하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식의 안이한 경영자세에 국민들은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논란이 되고있는 KBS 시청료 거부운동은 단순히 「시청료+광고」에 대한 저항감만이 동기가 아니다. 여기에 더하여 KBS 프로제작의 공정성 문제가 또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 종교단체의 차원을 넘어 야당까지 가세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시비의 와중에 우리는 대중매체로서 엄연히 한 구실을 해온 KBS를 매도만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시비의 원점으로 몰아가 시청료를 이 기회에 폐지하거나 상업광고를 없애거나 결단을 내려야한다.
시청료의 징수방법이나 태도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은 접어두고라도 우선 공영방송이 시청료를 받으면서 상업광고까지 하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논리에 닿지 않는다.
둘째는 이보다 더 원천적인 불만이 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공공성·공정성 보장문제다. 시청료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KBS가 지난 80년 언론통폐합 때 민영방송을 흡수 통합하면서 『불편 부당하고 공정한 방송운영 체제를 갖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공영방송으로 출발했으면서도 『편파 보도를 일삼고 국민의 알 권리를 과소평가하고 사치·낭비적 오락프로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KBS의 논리도 있다.
공공이나, 공정의 기준이 뭐냐는 주장과 함께 언론지원 사업과 교육방송이나 국제방송·FM등 광고를 내지 않는 매체의 운영을 위해서는 광고나 시청료수입 한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KBS의 인사와 경영합리화, 프로제작의 공공성·공정성 보장을 위한 객관적인 기구를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인준하는 인사들로 운영위를 구성하면 논리상으로도 합당하다. 국민이 감독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NHK와 유럽의 공영방송들이 그와 유사한 운영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KBS의 시청료문제와 공공성·공정성 문제는 이 기회에 합당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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