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업난 2030 창업 가세…외식업체, 인구 79명당 1개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 중구 명동에서 28년째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58·여)씨는 올해 초 직원 8명 중 2명을 줄였다. 장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주변의 옷 가게나 화장품 가게가 음식점으로 간판을 바꿔 장사를 시작하고 음식을 파는 노점상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호객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다른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찾는 가게는 문을 닫았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등 경쟁이 심해졌다”며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올해는 매출이 오를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대 이하”라고 털어놓았다.

65만개 중 한식이 30만개 최다
커피숍·분식점·치킨집 뒤이어
연 매출은 양식 3억6350만원 1위
매출 부진하자 폐업도 줄이어
골목상권 등 꼼꼼히 따져봐야

새롭게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40년 가까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한 이후 2014년 서울 신촌에서 고깃집을 열었던 이모(65)씨는 2년 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매출이 부진하다 보니 한 달에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월 50만원의 은행 이자마저도 부담스러웠다. 이자뿐 아니라 월세 등 각종 고정 비용을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기사 이미지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통계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식업체 수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식품산업 주요 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 수는 65만1000개로 집계됐다. 인구 78.8명당 1개꼴이다. 60만7000개였던 2011년(인구 83.6명당 1개)과 비교하면 3년간 연평균 7.2% 증가했다.


▶추천 기사코카콜라 김빼기 다시 나선 토종들


기사 이미지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통계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업종별로 한식 음식점이 30만1939개로 가장 많았고, 커피숍(5만5693개)·분식집(4만6221개)·치킨집(3만1529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평균 매출액은 서양식이 3억635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일식(3억510만원)·한식(1억211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치킨집(9990만원)과 커피숍(7710만원), 분식·김밥집(7490만원) 매출은 1억원을 넘지 못했다.

기사 이미지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통계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외식업 전문가들은 외식업체가 늘어나는 이유로 ▶20~30대가 창업에 가세하고 ▶초기 투자비용이 적으며 ▶은퇴 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길거리나 전통시장 음식점 창업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젊은 층의 외식업체 창업이 늘고 있다.

조보현 대구·경북 식품발전협회 위원은 “대구 서문시장 등 전통시장 야시장에 20~30대가 새롭게 진출하면서 상권이 형성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20~30대 음식점 창업자가 10년 전에는 1명에 불과했다면 최근엔 4~5명꼴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숫자가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살아남기는 더 힘들어졌다. 김영주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 중구지회장은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고 이 시장을 떠나는데 직장을 퇴직한 사람들이 새롭게 음식점 사업에 유입되기 때문에 총 외식업체 숫자는 유지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규완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인구 170명당 외식업체가 1개꼴이지만 한국은 두 배 수준으로 밀집해 있다”며 “수익 악화가 다시 과당 경쟁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외식 업계엔 악재가 될 수 있다. 식사비 한도가 3만원으로 정해진 데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끼리 식사를 하는 것도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경례 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은 “유럽의 경우도 더치페이 문화가 보편화됐지만 세계적인 고급 식당이 있다”며 “한국 외식 업계도 음식과 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방향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완 교수는 “1년 내 폐업할 확률이 다른 업종보다 높은 만큼 무작정 외식업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식업에 대한 사전 준비와 함께 점포를 내려는 곳의 골목 상권 분석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성화선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