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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치권이 경계해야 할 ‘독도 포퓰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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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광복절인 오늘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국민적인 영토 수호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독도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방위백서를 공개한 뒤 이뤄지는 것이어서 나름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여야 정치인들이 일본 정부의 공개적 항의가 뒤따를 게 뻔한 상황에서 요란하게 독도를 찾는 것은 정치적 인기몰이 전략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그간 전문가 사이에선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보편적 인권 침해 사건인 위안부 문제와는 달리 독도 분쟁은 한·일 간 영토 싸움의 성격이 짙다. 논란거리가 되면 될수록 독도는 영토 분쟁 지역이란 잘못된 신호를 국제사회에 주게 된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유지하는 한 쓸데없이 일본을 자극하거나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간 많은 정치인이 독도 문제를 건드려 얻는 것 없이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 왔다. 대표적 사례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다. 이로 인해 한창 잘나가던 한류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무르익던 한·일 관계도 급락했다. 독도는 분명 우리 영토지만 외교에는 상대방이 있다. 우리 외교관 중에선 그의 독도 방문을 한·일 외교사 중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 집권 세력뿐 아니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도 방문도 정치적 꿈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가장 힐난했던 쪽이 지금의 야당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외교 사안을 깜짝쇼로 활용하는 건 피해야 할 나쁜 통치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한국 국회의원이 우리 영토를 방문해 경비대를 격려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독도 방문단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모처럼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고 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화해·치유재단’이 갓 출범한 시점에서 굳이 일본 측을 자극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정치적 의도가 실린 ‘독도 포퓰리즘’은 자제돼야 마땅할 것이다.